
공인노무사가 대지급금 청구 업무를 대행하면서 회사의 체불임금 허위 부풀리기 범행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등록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담당 근로감독관조차 사업주 조사를 거쳐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할 때까지 허위임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노무사에게 징계 사유인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0부는 공인노무사 A씨가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공인노무사등록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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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따르면 모 회사의 근로자들은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공인노무사 A씨는 이들 중 다수로부터 대지급금 신청 업무를 위임받았고, 근로복지공단에 간이대지급금 지급을 청구해 근로자들이 이를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후 수사 결과 회사 대표 등이 직원과 공모해 근무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체불금액을 부풀려 31명이 총 1억 3500여만 원의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고용노동부장관은 A씨가 체불내역에 대한 확인·검증의무를 위반했다며 공인노무사법에 따른 등록취소 징계처분을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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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법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의·중대한 과실로 의뢰인이 부정하게 노동 및 사회보험 관계 법령에 따른 보험금 등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하거나 보험료 납부, 그 밖에 금전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게 한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당 노무사에게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 A씨는 회사의 허위 근무표 작성이나 부정수급 공모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며, 노동청도 걸러내지 못한 허위성을 노무사가 일일이 검증할 방법이 없으므로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인노무사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려면 단순히 허위 청구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법원은 A씨가 회사 대표 등의 부정수급 공모에 가담하거나 허위 근무표 작성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사건을 직접 조사한 근로감독관조차 출근부와 임금명세서를 확인하고 사업주 조사까지 거친 뒤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했지만, 체불액이 부풀려졌거나 출근부가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점도 근거가 됐다. 또 A씨가 맡은 대지급금 신청 규모가 49명, 총 3억원 상당에 달하지만 부정수급은 31명 1억3500만원으로, 둘을 구분해서 진위를 구분하기 쉽지 않았던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특히 일부 부정수급은 제3자의 사후 신고로 드러났다는 점도 A씨에게 유리한 사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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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법원은 A씨가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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