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바이벌 참가자 100명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가 총 4300만 명. 유명 배우나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K콘텐츠 같지만, 무대에 오른 이들은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가 대다수였다. 스타일리스트, 타투이스트 명함을 내민 이도 있었다. 겨루는 내용도 빼어난 외모나 연기, 가창력 같은 기존 엔터테인먼트판이 눈여겨 본 자질이 아니었다. 살아남으려면 ‘멋’이 있어야 했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지난 여름 tvN에서 방영돼 인기를 끈 예능 ‘킬잇: 스타일 크리에이터 대전쟁’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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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흑백요리사’ 등 넷플릭스가 K-예능을 주도하는 가운데 나온 토종 서바이벌이라 화제성이 컸다. 패션·뷰티 장르에서 누구나 SNS를 무대 삼아 대중적인 유행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시장 흐름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킬잇’을 공동기획한 김소연 에스팀 대표는 최근 서울 견지동 에스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번에 이해되는 사람보다 두 세 번 봐야 알 것 같은 사람이 관심 받아요. ‘이 사람 뭐지?’ 싶을 때 팔로워가 모이죠. 그런 사람으로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 때가 왔어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달라진 인식이 김 대표의 말에 담겨 있다. 그는 “과거엔 기획사나 디자이너 같은 업계 유명인이 ‘이게 트렌드’라고 제시하면 소비자가 따라갔지만, 이제는 오히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려 노력하는 시대”라고 했다. 장윤주, 한혜진 등 국내 정상급 모델을 키워낸 모델 에이전시로 이름을 알리고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리즈 기획·제작에 참여했던 김 대표가 10여년 만에 인플루언서 발굴로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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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팀은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이들의 영향력을 K콘텐츠 연관 장르로 묶이는 방송·패션·뷰티 커머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킬잇’의 톱30 참가자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를 쌓아 ‘셀럽(셀레브리티)’이 되니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행사에 초청받고 협업 제안이 들어온다”며 “단순히 연예인을 만드는 걸 넘어 각자의 IP(지식재산)을 구축해 커머스 등 후속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엔터 시장에선 눈여겨볼 시도다. 그간 K콘텐츠 산업은 드라마·음악·영화 등 완성된 콘텐츠를 흥행시키고, 여기서 탄생한 스타 IP를 광고나 상품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반면 에스팀은 크리에이터 개성과 추종 팬덤의 성향과 맞는 브랜드와 상품을 기획해 매출을 일으키는 사업 모델을 내세웠다. 최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브랜드도 발굴 중이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타깃으로 삼으면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진다”며 “누가 이 제품을 소비하는지, 어떤 인물과 어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아티스트 비즈니스는 소속 댄서 아이키에게서 엿볼 수 있다. 댄스 서바이벌에서 이름을 알린 후 방송을 거쳐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다. 김 대표는 “한 가지 직업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캐릭터와 스타일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는 것이 새로운 크리에이터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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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스닥 입성은 에스팀의 이런 사업모델이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다는 시장의 시그널로 풀이된다. 실적도 개선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35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5% 늘어난 24억6237만 원을 기록했다.
다만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CJ ENM, 하이브 등 K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엔터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부진의 늪에 빠진 와중에도 에스팀의 골이 유독 깊다. 23일 종가 기준 에스팀 주가는 3780원으로 최고가 대비 약 88% 빠졌다. 엔터·패션 산업의 선도적인 감각과 대중성이 양립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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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과거에는 1%의 사람들에게만 인정 받는 회사여도 괜찮다 생각했다”면서도 “상장사가 된 이상 더 넓은 시장과 대중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티스트 라인업 강화 등 인적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콘텐츠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올해가 상장기업으로 기반을 정비했다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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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