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얘기하는 줄 알았어요."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옆자리 동료가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 안경 같아서 티가 잘 안 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당시 스마트안경으로 전화통화를 했던 직장인 B씨는 "안경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하면 불빛이 깜빡여서 상대방이 알 수 있어서 문제 없이 쓰고 있다"고 했다.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안경이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면서 직장 내 사용 방식도 미리 규율해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학·국가자격 시험장 등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된 데다 국내외 규제 논의와도 맞물리면서 이 같은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안경, 기존 사내 규정으론 규율 '한계'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고용 전문 로펌 오글트리 디킨즈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안경의 직장 내 사용에 따른 법적 쟁점 7가지를 제시했다. 녹음 동의, 영업비밀, 개인정보·생체정보, 노동관계법, 장애인 편의 제공, 면접·조사, 사규 정비 등이다.ADVERTISEMENT
이 같은 논의는 스마트폰을 규율하던 규정만으로는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스마트안경은 기종에 따라 사진·영상·음성을 기록하고 대화를 문자로 바꾸거나 외부 AI로 전송할 수 있지만 일반 안경과 구분이 쉽지 않다. 생산공정과 고객정보는 물론 인사업무상 조사 과정에서 나온 증언도 노출될 수 있다. 오글트리 티킨즈는 "정보가 고용주의 시스템을 벗어나면 그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괄 금지' 방식은 법적 분쟁을 부를 수 있다. 미국에선 위험한 작업환경이나 차별의 증거를 기록하는 행위가 노동법상 보호받는다. 실시간 자막이나 사물 인식 기능이 청각·시각장애 직원의 업무를 돕는 경우도 있다. 오글트리 디킨즈는 스마트안경 전면 금지 규정을 두더라도 장애 관련 편의 제공 요청을 검토할 의무마저 없어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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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스마트안경 자체를 규제하는 대신 녹음·촬영·전송 기능을 기준으로 규정을 손질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오글트리 디킨즈는 "대부분의 고용주에게 필요한 해결책은 새로운 규정이 아니라 기존 규정의 개정"라고 제언했다. 기밀 유지·안전·사생활 보호 등 제한 사유와 규정이 적용되는 장소를 명확히 하고 장애 보조 목적의 예외 신청 절차도 마련하라는 취지다.
면접과 징계·해고 면담에선 시작 전 녹음 여부를 확인하고 답변을 기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필요한 경우 서면 요약을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 관리자가 스마트안경 사용 여부를 파악한 뒤 같은 기준으로 규정을 적용하도록 교육하는 대응 방안도 주문했다.
국내 기업들은 '반입 금지'…"사용 제한 충분히 가능"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주로 기기 반입 단계에서 통제하는 방식이다. LG전자의 경우 생산직·사무직 모두 사업장 내 스마트안경 반입을 금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저장매체 반입 금지 규정에 함께 스마트안경을 명시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생산직·사무직 구분없이 개인 저장장치나 스마트기기 반입을 금지하면서 스마트안경도 이와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다.다만 국내에선 최근 시험장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중심으로 스마트안경 규율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선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경 착용자 세 명을 나란히 세운 다음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겠냐는 질의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에 스마트안경 관련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준비하겠다고 답변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바람직한' 스마트안경 사용 환경 조성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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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제조사들과 보호 방안을 협의해왔다. 지난 7월 말에는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카메라·마이크 작동 시 주변 사람이 촬영이나 정보 수집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알림 장치 적용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타와도 촬영 알림 등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협의했다.
장윤수 올리브 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땐 부수적으로 비밀 유지 의무가 발생해 회사 영업비밀이나 보호할 만한 업무상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직장에서 사내 규정을 통해 스마트안경 사용을 막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중요한 비밀을 다루는 직원의 경우 스마트안경 착용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단순·반복 업무를 하는 직원에겐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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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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