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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없이 이것만 먹어요"…외국인도 반한 '국민 밥도둑'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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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없이 이것만 먹어요"…외국인도 반한 '국민 밥도둑'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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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을 먹을 때 밥이 꼭 필요한가요? 저는 감자칩처럼 봉지를 들고 한 장씩 집어 먹어요.”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미국인 에밀리씨(23)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이 건강한 간식이라고 생각해 즐겨 먹는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여러 봉지 사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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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도 젓가락도 필요 없다. 봉지를 뜯고 한 장씩 집어 먹으면 된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밥도둑’으로 통하던 김이 해외에선 과자와 경쟁하고 있다. 와사비를 입힌 조미김부터 찹쌀 풀을 입혀 튀긴 김부각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의 수출 경쟁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서 어떤 맛과 식감으로 글로벌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다.
    11억달러 수출한 ‘검은 반도체’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약 11억3300만달러로 전년보다 13.7% 증가했다. 수출량도 3만3885t에서 3만7605t으로 약 11% 늘었다.

    해외로 나간 김은 밥상을 벗어나 세계 각지의 과자들과 경쟁한다. KOTRA 싱가포르무역관이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산 조미김을 식사에 곁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간식으로 즐긴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의 고소한 맛, 얇게 부서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식사 때만 찾던 반찬이 봉지째 들고 먹는 간식이 되면서 과자를 고르는 해외소비자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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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들이 김 맛을 고르는 재미도 더해졌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 주요 마트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김 스낵은 참기름·코리안 바비큐·와사비 등으로 나뉜다. 태국 브랜드 타오카이노이는 똠얌과 치즈 등 현지 취향에 맞춘 맛을 선보이고, 김을 돌돌 만 막대 형태로도 판매한다. 같은 김이라도 어느 나라에서 누구에게 파느냐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40돌' 양반김, 바다 건너도 바삭하게 포장 혁신

    올해 마흔 살이 된 동원F&B의 양반김도 세계 간식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양반김의 누적 판매량은 회사 집계 기준 전장김으로 환산해 120억 장에 달한다. 한 장의 긴 변을 21㎝로 잡고 이어 붙이면 약 252만㎞다. 지구를 약 63바퀴 감쌀 수 있는 양이다.

    출발은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였다. 동원이 조미김 시장에 뛰어든 1980년대 중반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던 시기였다. 회사는 소비자 공모로 ‘양반김’이라는 이름을 정하고 1986년 4월 제품을 내놨다.


    양반김과 양반 김부각은 현재 미국과 일본, 태국 등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김부각은 김에 찹쌀 풀을 발라 말린 뒤 굽고 튀겨 바삭한 식감을 살린 제품이다. 오리지널에 마늘·새우 맛 등을 더했다. 얇고 가벼운 조미김과 씹는 맛이 있는 김부각을 함께 내세워 해외 간식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바삭했던 김이 바다를 건넌 뒤에도 같은 식감을 유지하려면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국내 매장보다 이동 거리가 길고 운송과 통관, 현지 진열에도 시간이 걸린다. 동원F&B가 최근 양반김의 포장 안에 넣는 기체까지 바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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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F&B는 포장 내부의 산소를 줄이고 질소를 채우는 ‘질소충전공법’을 도입했다. 김에 바른 기름의 산화를 억제해 고소한 풍미를 오래 유지하는 방식이다. 수출용에는 습기를 잡는 방습제도 함께 넣었다. 회사에 따르면 이를 통해 품질 유지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다. 봉지를 여는 순간의 바삭함을 지키기 위해 포장 기술까지 손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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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을 고르는 사람도 따로 있다. 동원F&B의 원초감별사는 산지를 돌며 김의 원재료인 원초의 상태를 살피고 수매한다. 수확 초기의 어린 원초로 부드러운 식감을 살린 초사리김, 소금이나 기름을 바르지 않아 원물의 맛을 강조한 곱창돌김 등으로 제품을 나눴다. 같은 김이라도 원료와 굽는 방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전략이다.

    국내 대형마트서도 김 찾는 외국인들
    해외 소비자의 관심은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확인된다. CJ제일제당이 지난 6월 출시한 ‘비비고 김부각’ 3종은 9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이 50만 봉에 육박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제품 매출의 약 70%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등 외국인 방문이 많은 글로벌 특화점포에서 나왔다. 김을 관광 기념품이자 간식으로 찾는 수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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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각은 김에 찹쌀 풀을 발라 말린 뒤 튀기는 전통 음식이다. CJ제일제당은 찹쌀·매운맛·새우맛으로 나눠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이달에는 밀폐 캔에 담은 ‘비비고 초사리 곱창김’과 ‘비비고 임자도 곱창김’도 내놨다.

    수출이 늘어난다고 한국 브랜드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로 나가는 김에는 조미김·김부각 같은 완제품뿐 아니라 김밥이나 초밥, 다른 가공식품의 재료로 쓰이는 마른김도 포함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는 마른김 수출액이 조미김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해수부는 지난 6월 김 수출 공급망 혁신방안을 내놓으며 고부가가치 조미김의 수출 비중을 6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을 잘 키워 수출하는 데 더해 맛과 포장,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제 김 업체들은 서해 바다에서 확보한 좋은 원료로 만든 김을 글로벌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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