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더 이상 평화지대 아냐”

이달 2일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지역인 펀자브 일대에서 인도 국경수비대의 총격으로 파키스탄인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평소 충돌이 잦던 카슈미르 이외 지역에서 벌어진 사태에 관해 AP통신은 “양국의 취약한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4월에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관광객 26명이 무장 괴한에게 살해된 뒤 미사일과 전투기까지 동원된 충돌이 일어났다.
작년 7월, 12월 두 차례 대규모 교전을 치른 태국과 캄보디아 간 충돌도 현재 진행형이다. 작년 12월 말 양국 국방장관이 휴전협정에 서명하면서 전투는 멈췄지만 두 나라 국경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2만 명이 넘는 캄보디아 주민은 아직 귀환하지 못했다. 국경 획정 문제를 놓고 1960년대부터 나타난 갈등이 최근 군사 충돌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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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을 더 이상 완전히 평화로운 지역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IISS에 따르면 남아시아와 동남아의 무력 분쟁 관련 사망자는 2024년 2만1347명에서 지난해 2만4081명으로 약 13% 증가했다.
경제 충격도 가시화했다. 영국 싱크탱크 아시아하우스는 ‘2026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태국·캄보디아 간 국경검문소 폐쇄로 기업들의 운송비가 3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캄보디아와 태국 간 전체 교역액은 36억5721만달러(약 4조8714억원)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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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파키스탄은 작년 5월 무력 충돌 당시 관광 예약 및 항공편 취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단기 충격을 겪었다.
◇아세안 경제 통합도 ‘흔들’
미얀마와 파키스탄에서는 내전과 반군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를 기점으로 내전이 본격화한 미얀마는 2%를 밑도는 저성장에 빠져들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태국 및 중국과 인접한 지역에서 전투가 늘어나며 기존 육상 교역로가 교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곤항 등을 이용한 해상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파키스탄에서는 구리, 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발루치스탄을 중심으로 분리주의 반군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반군은 독립, 자치와 함께 지역 자원의 공평한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북서부에서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활동도 늘고 있다. 지난 11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야당이 이끄는 해당 지역 주정부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정부 기능을 정지했다.
소규모 안보 리스크가 누적되자 역내 경제 통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석 한양대 글로벌문화통상대학 교수는 “태국·캄보디아, 인도·파키스탄 분쟁 지역이 핵심 교역 회랑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라며 “태국·캄보디아 양국 신뢰 훼손이 장기적으로 아세안 경제 통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세안 거시경제조사기구는 올해 보고서에서 아세안의 역내 경제 통합이 얕은 수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2024년 아세안 역내 상품무역 비중은 22.5%, 역내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중은 14.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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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불안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캄보디아·태국 국경 충돌로 한 국내 기업이 육로를 대신해 베트남을 경유하는 우회 경로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는 세 배 더 들었으며 운송 기간 역시 다섯 배 늘었다. 파키스탄에서 발전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 업체 현지 직원도 출퇴근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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