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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호텔 짓는데만 15년…"기와 한장 허투루 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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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호텔 짓는데만 15년…"기와 한장 허투루 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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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문화 사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급으로 해야 합니다. 외국인에게 그 나라의 품격을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만찬을 함께한 경북 안동의 한옥호텔 ‘락고재 하회’. 이곳을 세운 안영환 락고재 회장은 객실 20개짜리 호텔을 짓는 데 15년을 쏟았다. 전통 건축 기술을 익힌 목수가 부족하자 직접 학교를 세웠고, 기둥에 쓸 소나무는 십수 년 전부터 사들여 말렸다. 공사비를 마련하려고 서울 명동의 빌딩까지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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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락고재 하회에서 만난 안 회장은 먼저 지붕을 가리켰다. “기와 공장에 일부러 불량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검정과 회색, 누르스름한 기와가 뒤섞여 있었다. 색이 균일한 요즘 기와로는 오래된 한옥 특유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기와를 색깔별로 나누고 어느 자리에 얹을지도 직접 정했다. “기와를 이쪽저쪽으로 옮겨보라고 하니 와공이 저를 싫어했죠.” 지붕 옆 삼각형 벽인 합각에는 전통 문양 대신 별자리를 새겼다. 밤이면 조명이 켜져 지붕마다 서로 다른 별자리가 빛난다.
    엔지니어 인생을 바꾼 질문

    안 회장은 원래 컴퓨터 엔지니어였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1980년대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약 10년간 일했다. 현지인들이 “한국은 어떤 나라냐”고 물을 때마다 말문이 막혔다. 중국과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는 뚜렷했지만 정작 한국을 설명할 말을 찾기 어려웠다.

    1990년대 초 부친의 권유로 귀국해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전환점은 1992년 서울 마포에서 만난 낡은 한옥이었다. 집주인은 한옥을 허물고 빌라를 지으려고 했다. 안 회장은 집주인을 설득해 한옥을 빌린 뒤 한정식집 ‘진사댁’을 열었다. 엔지니어에서 개발업자를 거쳐 한옥 식당 주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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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절 품었던 질문의 답은 안동의 고택에서 찾았다. 한옥의 지붕선과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며 한국을 직접 경험하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부터 고택 주인들과 계약해 숙박과 문화 체험을 결합한 여행 상품을 운영했다. 문제는 화장실과 난방이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편안한 하룻밤을 제공하려면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2003년 서울 북촌에 한옥호텔 락고재를 연 데 이어 안동에 자신이 구상한 한옥 숙박 공간을 짓기로 했다.
    돈 대신 세월을 투자한 15년
    공사는 쉽지 않았다. 전통 기법을 익힌 목수가 부족했고, 외부 인력을 고용해 장기간 공사를 이어가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다. 안 회장은 호텔보다 먼저 한옥학교를 세웠다. 10년간 80여 명을 길러냈고, 학생들은 현장에서 실습하며 호텔을 지었다. 학생이 많으면 큰 집을, 적으면 작은 집을 올리는 식이었다.

    건물 배치도 수차례 바꿨다. 언덕 위 한옥의 용마루가 차례로 겹쳐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집을 지은 뒤 높으면 낮추고, 낮으면 다시 올렸다. 창덕궁 관람정을 본뜬 부채꼴 정자에는 지붕 곡선에 맞게 휜 나무가 필요했다. 곧은 나무를 억지로 구부리면 갈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휘어 자란 나무를 찾아야 했다. 그는 “정자를 짓는 것보다 나무를 찾는 게 훨씬 어려웠다”고 했다.


    기둥과 보에 쓸 울진 소나무 일부는 그늘에서 15년간 말렸다. 조경용 소나무는 25년, 객실과 마당을 장식할 고미술품은 30년에 걸쳐 모았다. 안 회장은 “지금 같은 호텔을 3년 만에 지으려면 내가 쓴 돈의 열 배는 들 것”이라며 “돈 대신 세월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이 그에게 꿈꾸는 사람이라는 뜻의 ‘몽중(夢中)’이란 별호를 붙인 이유다.

    그렇다고 무조건 돈을 쏟아붓지는 않았다. 야간 조명 공사 견적이 10억원 가까이 나오자 방식을 바꿔 약 3000만원에 원하는 실루엣을 구현했다. 하지만 기와만큼은 비용과 수고가 더 들더라도 색이 제각각인 제품을 고집했다. 돈을 아낄 곳과 시간을 들일 곳을 구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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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정식 개장한 락고재 하회는 고객의 70~80%가 외국인일 정도로 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안 회장이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한옥의 외형만이 아니다. “300~400년 된 고택에서 새소리를 듣고 경치를 바라보다가 낮잠을 자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죠.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채우는 곳, 한국의 정과 풍류를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안동=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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