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것은 언제부터 ‘낡은 것’이었을까. 한때 한옥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허물어야 할 집이었고, 옥반지는 할머니의 보석함에서나 볼 법한 장신구였다. 자개장은 유행이 지난 혼수품으로 여겨졌다. 더 편리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향해 달려가던 우리, 어쩌면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려한 연출과 세련된 비주얼, 매끄럽게 잘 빠진 K콘텐츠에 열광하던 세계의 시선이 한국의 가장 오래된 것으로 향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로 한국을 알게 된 외국인은 이제 한복을 입고, 전통 공예품을 찾는다. BTS 손끝에서는 옥반지가 빛나고, 한옥은 가장 현대적인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첨단 기술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이, 이제 장인들이 쌓아 올린 깊은 전통문화의 매력으로 조용한 행진을 시작했다”며 ‘K크래프트’(K수공예)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대량 생산과 화려한 브랜딩에 피로감을 느낀 세계의 트렌드세터들이 한국의 여백미와 장인정신에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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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일찍이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산문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한국의 미감을 이야기했다.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서울 성북동의 낡은 한옥에 산 그가 본 선조들의 멋은 억지로 꾸미지 않는 ‘태연함’과 ‘너그러움’이다. 수세기를 거슬러 온 이 여유의 미학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 뒤에는 단순히 전통을 지키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의 삶 속에 다시 세우려는 이들의 땀방울이 있다. 빌딩을 팔아 15년 동안 한옥을 지은 사업가, 한국의 자연과 전통 건축을 결합해 하이엔드 공간을 완성한 사람들, 궁궐의 선과 색동을 주얼리로 옮기고 옥과 칠보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장인들, 자개와 옻칠 같은 전통 공예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꿈꾸는 여성 기업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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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오래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가장 깊은 유산 위에서 피워내는 새로운 창작이다.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에 머물던 전통이 오늘의 공간과 옷차림, 일상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현대적인 ‘K힙’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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