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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정 붙일 곳 잃은 직장인, 결국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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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정 붙일 곳 잃은 직장인, 결국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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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씨는 업무 중 막히는 일이 생겨도 동료를 찾지 않는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보는 게 더 빠르고 편해서다.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이런 것도 모르느냐”는 핀잔을 들을 걱정도 없다.

    직장인들이 사소한 질문부터 업무 아이디어까지 AI에 묻기 시작하면서 회사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각자의 업무 능력은 좋아졌지만 동료끼리 대화할 일이 줄면서 팀워크와 신뢰가 함께 떨어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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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미국 인력 개발 업체 베터업 연구진이 미국 20여 개 산업의 정규직 사무직 근로자 1033명을 조사한 결과, 동료보다 AI를 자주 찾는 조직일수록 팀 협업 수준은 22.3%, 구성원 간 신뢰는 21.9% 낮았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관계 미끄러짐(relationslipping)’이라고 정의했다. AI가 사람의 업무만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동료끼리 관계를 쌓던 과정까지 밀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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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워크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기 어려워져서다. 원래 조직에서는 동료와 함께 일을 하고 대화하면서 ‘누가 무엇을 잘 아는지’ 공유하게 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문제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익힌다는 의미다. 하지만 AI가 중간에 끼면서 이런 경험을 쌓지 못하게 됐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특히 직원이 AI를 활용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수록 그 성과가 본인의 지식에서 나온 것인지, AI가 만들어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동료의 사고 과정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응답자는 “생성형 AI가 동료들의 일을 대부분 해버려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뢰 역시 약해진다. 조사 결과 동료보다 AI 답변을 선호하는 사람일수록 팀원의 전문성과 지식을 덜 믿었다. 서로의 일을 다시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원은 연구진에 “예전에는 동료가 나에게 먼저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이제는 AI에 묻는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사라져 더 외로워졌다”고 했다.

    직원들이 동료 대신 AI를 찾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팀 내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직원은 동료 대신 AI를 이용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바에는 아무런 눈치도 주지 않는 AI에 묻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조직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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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결국 조직에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조사 대상자의 49%는 동료가 자신에게 물어보는 대신 AI를 찾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경험이 쌓일수록 직원들은 조직에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게 된다.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강했다.

    연구진은 직원 1만 명 규모 기업을 가정할 경우 이런 문제로 기존 이직자 외에 약 243명이 추가로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후 채용과 교육 등 인력 교체에 드는 비용까지 따지면 손실액은 2500만달러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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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AI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AI를 쓰는 방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AI를 많이 활용하더라도 팀원끼리 매일 연락하는 경우 협업 수준이 28%, 신뢰 수준이 19% 높았다. 특히 이메일, 팀즈 등으로 짧게라도 꾸준히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팀워크에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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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기업의 AI 도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직원 개인이 AI로 얼마나 생산성을 높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AI를 쓰면서도 팀이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료에게 질문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1998년 인터넷 때문에 인간관계가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3년 후 다시 조사했을 때는 부정적인 효과가 사라져 있었다”며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기술에 적응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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