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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는 대로 다 사겠다"…美 '수상한 주문'에 출판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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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는 대로 다 사겠다"…美 '수상한 주문'에 출판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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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서 유통업체들이 지역 도서 총판과 출판협동조합에 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도서를 대량으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책종별로 1~2권씩 팔레트 단위로 주문하겠다'고 하거나, '얼마든 살 수 있으니 전체 도서 리스트를 먼저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는 점에서 업계는 AI에 학습시키기 위한 용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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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유통업계 1·2위인 웅진북센과 교보문고에 이어, 중고책 유통사와 지역 총판·협동조합까지 이같은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출판업계에선 AI가 작가의 문체나 스토리를 흉내내 표절작을 대량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AI 학습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법에 별도 명시해달라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도서 리스트 달라, 대량 구매하겠다"
    22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한국출판협동조합은 지난 8월 미국 중고 도서 유통업체 B로부터 국내 도서를 대량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업체는 미국에서 한국 도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조합이 공급할 수 있는 도서 목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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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세은 한국출판협동조합 본부장은 "보통 책을 구매하려면 원하는 책의 목록을 제시하는데, 이 업체는 오히려 우리에게 공급 가능한 도서 목록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며 "팔레트 단위로 대량 구매하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판협동조합은 중소 출판사들이 출자해 각 출판사에서 동네 서점으로 책을 유통하는 비영리 단체다. 국내 유통만 해왔던 만큼 해외에서 이같은 대량 주문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출판협동조합은 이례적인 거래 방식에 주목했다. 도서 유통 업계에서도 해외 도서 수출은 현지 서점이나 도서관 등의 수요를 바탕으로 특정 도서의 주문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매자가 원하는 책을 특정하지 않은 채 공급 가능한 도서의 종류를 폭넓게 파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내부 논의를 거쳐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주정관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은 "처음 거래하는 미국 업체가 갑자기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겠다고 해 의심이 들었다"며 "AI 학습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부 회의를 거쳐 거절했다"고 밝혔다.

    조합에 제안을 해온 업체는 2018년 설립된 곳으로 월 100만권 이상의 중고도서를 사들여 ISBN이나 분야별로 분류한 뒤 팔레트나 컨테이너 단위로 재판매하는 업체로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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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총판을 맡고 있는 K업체에도 여러 차례 미국 유통업체들의 구매 문의가 있었지만 진행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출판물의 해외 수출과 영문 도서 유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다만 문의를 한 업체들의 구체적인 구매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이미 대규모 도서 수출이 이뤄졌다. 웅진북센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베터월드북스에 보낸 도서는 총 165.69t에 달했다. 책 한 권의 무게를 400g으로 계산하면 약 41만 권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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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업계가 해외 업체들의 도서 구매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최근 미국에서 AI 기업들이 종이책을 대량 확보해 학습에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AI는 작가의 지식과 문장 등을 학습해 '경쟁작'을 찍어낼 수 있다. 특히 작가와 출판사가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단순 학습용이 아니라 AI의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면 언제든 창작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영하 '빛의 제국' 외 3종, 김숨 '한 명',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외 2종, 한강 '소년이 온다' 외 2종,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석영 '손님' 등이 AI 학습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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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출판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실태조사를 진행해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다음달로 연기한 상태다. 지역 총판에까지 미국 유통업체들의 도서 대량 구매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서다. 협회는 국내 도서의 해외 유통 경로와 AI 학습 활용 가능성을 파악하고,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도 호소문을 통해 AI 학습에 이용된 저작물 공개와 사전 이용허락,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AI 학습에 관한 별도 저작권 규정이 없다. 저작권자가 원하지 않으면 저작물을 AI에서 빼도록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AI가 특정작가 문체, 스토리 흉내내 표절 우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파나마'라는 이름으로 수백만 권의 종이책을 사들여 디지털 자료로 전환했다. 책등을 잘라내 낱장으로 분리한 뒤 스캔하고 원본을 폐기하는 방식이다. 앤트로픽의 도서 조달에는 미국의 중고도서 유통업체 베터월드북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들이 제기한 이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지난해 6월 합법적으로 구매한 종이책을 스캔해 AI 학습에 활용한 행위에 대해 '공정이용'을 인정하고 별도 배상 책임을 지우지는 않았다. 반면 불법 복제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도서를 보관한 행위는 별개의 저작권 침해 문제로 판단했다.

    앤스로픽 뿐 아니라 메타도 AI모델인 라마를 개발하면서 저작권자 허락 없이 도서와 잡지, 학술논문을 수집하고 학습에 활용했다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6월 작가 13명과의 소송에서 공정이용 판단을 받아냈다.

    하지만 당시 판사는 AI의 도서 학습이 언제나 합법은 아니며, AI가 작품을 그대로 베끼지 않아도 비슷한 책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원작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작가들이 시장 피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메타는 지난 6월 공시에서 총 13건의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기재했다. 그중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마이클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제기한 소송도 포함돼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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