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찾은 대구 중구의 탑텐 대구 동성로점. 매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화면에는 이번 가을·겨울(FW) 시즌 주력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가 내걸렸다. 매대에는 종이 가격표 대신 전자 가격 표시기가 설치됐고,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진열대 규격과 높이도 고객 시선과 동선에 맞춰 재설계됐다.
오는 23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전면 리뉴얼한 이곳은 신성통상의 직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탑텐이 새로운 매장 전략 '탑텐 2.0'을 처음 적용한 점포다. 그간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덩치를 키워온 탑텐이 외형 성장에서 벗어나 고객의 쇼핑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매장 늘리던 탑텐, 이제는 '고객 경험'에 집중
이날 현장에서 매장 소개를 맡은 심판섭 탑텐 운영본부 전무는 '탑텐 2.0'에 대해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시선을 전면 전환하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동안은 고객이 어디서든 쉽게 브랜드를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매장을 찾은 고객이 상품을 얼마나 편리하게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는지를 우선하겠다는 설명이다.ADVERTISEMENT
실제 내부를 둘러보니 기존 탑텐 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약 1129㎡(341평) 규모 매장에는 전자 가격 표시기와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입해 종이 안내물을 최소화했다. 전자 가격표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하면 상품 정보와 프로모션을 확인하고 온라인 구매까지 이어갈 수 있다.

상품 진열 방식도 대폭 손질했다. 기존에는 좁은 면적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채워 넣기 위해 60cm 단위로 쪼개진 빽빽한 벽장 집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1.8m 크기의 가변형 구조로 바꿨다. 고객이 물건을 일일이 헤쳐보지 않아도 색상과 소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눈높이와 선반 간격을 최적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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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고객 편의뿐 아니라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가격표와 광고물을 교체하는 데 쓰던 시간을 줄여 고객 응대와 매장 관리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탑텐은 올해 하반기 동성로점을 포함해 전국 27개 매장의 쇼핑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유니클로·무신사와 차별화…'가족형 SPA' 승부수
탑텐이 매장 전략을 바꾼 배경에는 달라진 시장 환경이 있다. 2012년 서울 대학로 1호점을 열며 국내 SPA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탑텐은 전국적인 유통망 확보에 주력해왔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점포를 내고 합리적인 가격의 기본 의류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하지만 이제는 점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고물가 속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소비 확산으로 SPA 시장이 성장하면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유니클로가 폭넓은 제품 라인업과 기능성 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성장한 무신사 스탠다드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만큼 다양해진 셈이다.
탑텐이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가족형 SPA'다. 젊은층 소비자나 개별 성별 중심으로 상품을 운영하는 경쟁 브랜드와 달리 탑텐은 0세부터 100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Ageless)’를 지향한다. 성인 의류뿐 아니라 베이비(0~4세), 토들러(3~7세), 주니어(8~14세) 등 성장 단계별 아동복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동성로점에서도 성인 남성복과 아동복을 한 층에 나란히 배치해 온 가족이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심 전무는 "국내외 여러 경쟁 브랜드가 있지만 온 가족의 의류를 한곳에서 커버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며 "지난 14년간 전국 단위 매장을 운영하며 쌓아온 폭넓은 가족 고객 데이터가 탑텐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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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탑텐 2.0 매장으로 대구 동성로를 선택한 것도 지역 고객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다. 동성로는 과거 패션 브랜드들이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던 주요 상권 중 하나다. 탑텐은 이곳에서 얻은 고객 반응을 향후 매장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서울과 주요 대도시의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탑텐 2.0을 확대한다. 회사는 내년 중 강남대로에 500평급 대형 매장을 열고 명동에서도 기존 점포 리뉴얼과 신규 매장 개점을 잇달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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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전무는 "동성로점은 완성본이 아니라 진화의 시작"이라며 "향후 3년 동안 서울과 대도시 주요 핵심 도심에 대형 거점 매장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쇼핑 경험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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