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가 어디 있는 도시지?”199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분관 유치 제안을 받고 보인 반응이었다. 1970년대까지 철강과 조선업으로 번영하던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항구도시 빌바오는 오일쇼크와 산업구조 변화 탓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공장은 문을 닫고 실업자가 넘쳐났다. 바스크 지방정부가 나섰다. “사람들이 다시 찾는 도시를 만들자”며 구겐하임 미술관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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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지방정부는 빌바오라는 곳을 전혀 모르던 미술관 운영진을 초청해 공을 들였다. 유치 비용이 문제였다. 구겐하임은 건축비와 미술품 구입비, 운영비 등을 합쳐 3억2000만달러(약 4300억원)를 요구했다. 지역의 반발이 거셌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미국 미술관에 막대한 돈을 써야 하느냐는 이유였다. 지방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낡은 항만을 정비하고 교통망을 확충하는 도시재생 사업까지 병행했다.
1997년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티타늄 외벽의 독특한 건물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됐다. 지난해 방문객은 130만 명, 지역경제 기여 효과는 약 7억8200만유로(약 1조1662억원)에 이른다. 낡은 공업도시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난 이른바 ‘빌바오 효과’다.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지난해 관계자 증언과 유치 과정을 재조명해 사례연구로 발표했을 정도로 성공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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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빌바오 분관의 사진을 볼 때마다 부산 이기대의 해안 절경과 퐁피두 미술관이 어우러진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는 그동안 추진해온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건립비 1100억원과 연간 운영비 125억원의 재정 부담, 환경 훼손 우려, 불리한 계약 조건 등이 이유였다.
아쉽다. 부산시 정책점검단의 다수 의견은 ‘사업조건 재검토’였다. 조건이 마뜩잖다면 사업 중단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재직 시절, 판교 테크노밸리는 황무지였다. 기업들이 땅은 분양받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축 사업이 멈췄다. 해법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의 지분 변동을 허용하는 것. 관련 공무원 대부분이 특혜 시비와 감사 걱정으로 극렬히 반대했다. 포기할 수 없었다. 몇 달을 고민하고 설득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흙먼지 속에 방치할 수 없습니다.”
지분 변동을 막던 규제를 풀되, 6개월 내 착공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숨통이 트인 기업들이 다시 움직였다. 황무지에 건물이 하나둘 들어섰다. 그렇게 판교 테크노밸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 집적지의 모습을 갖춰갔다. 지역과 기업이 ‘윈윈’ 할 조건을 찾아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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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어렵다. 예산은 늘 부족하고 이해관계는 항상 충돌한다. 결과를 향한 여정에는 장애물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걷어차고 말 것인가.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행정이 가야 할 길이다. 혼을 담아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하면 돌파구가 생긴다. 멈춰선 도시에 밝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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