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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술을 위협한다고? 기계는 오래전부터 예술가의 뮤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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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술을 위협한다고? 기계는 오래전부터 예술가의 뮤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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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자동인형이 등장했다. '조이(Zoe)'라는 이름의 이 인형은 사람처럼 손을 움직여 그림을 그렸다. 관객들은 기계가 예술가의 능력까지 갖췄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하지만 비밀이 있었다. 인형이 놓인 무대 아래 숨어 있던 사람이 장치를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가 인간처럼 창작할 수 있다는 환상은 이미 100여 년 전에도 사람들을 매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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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는 무대 아래 사람이 숨어 있을 필요조차 없다. 인공지능(AI)에 몇 줄의 명령어만 입력하면 그림과 음악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기계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까지 넘보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AI의 등장은 정말 예술사에서 전례 없는 사건일까.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학 교수이자 음악평론가인 데이비드 헤이두는 신간 <언캐니 뮤즈>에서 이런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자동인형부터 자동 피아노, 녹음 기술, 신시사이저, 컴퓨터를 거쳐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기계와 예술이 맺어온 관계를 추적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기계가 예술가의 자리를 빼앗아온 역사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예술의 표현 방식과 창작의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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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 미국에서 인기를 끈 자동 피아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멍이 뚫린 종이 두루마리인 '피아노 롤'을 넣으면 연주자가 없어도 건반이 저절로 움직였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작곡가들은 사람의 손가락으로는 연주할 수 없는 복잡한 곡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자동 피아노는 흑인 음악인 래그타임을 미국 전역에 퍼뜨리는 데도 기여했다. 인종과 계층을 넘어 가정에서 흑인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계가 연주자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의 형식과 소비 방식, 대중문화의 지형까지 바꾼 셈이다.

    녹음 기술의 발전도 마찬가지다. 1920~1930년대 마이크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가수들은 공연장 구석까지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힘껏 노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작은 소리와 섬세한 호흡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되자 마치 청자의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하는 새로운 창법이 대중음악에 자리 잡았다. 기술이 단순히 기존 음악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변화시킨 것이다.


    1960년대 등장한 신시사이저는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범위를 넓혔다. 비틀스 등 대중음악가들은 전자음향과 녹음 기술을 활용해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음악을 만들었다.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은 하우스와 힙합 등 새로운 장르의 탄생과 발전에도 기여했다. 특히 저자는 이런 기술이 기존 음악산업에서 소외됐던 집단에 새로운 표현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계가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기보다 오히려 확장한 사례들이다.


    시각예술에서도 기계는 창작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앤디 워홀은 실크스크린을 이용해 이미지를 반복 생산하면서 예술작품은 작가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했다. 1960년대에는 미국 벨연구소의 A. 마이클 놀이 컴퓨터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생성했다. 영국 화가 해럴드 코언은 이후 스스로 그림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 '아론(AARON)'을 개발했다. 오늘날 AI 그림을 둘러싼 논쟁의 선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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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는 컴퓨터 '일리악(ILLIAC)'을 이용한 작곡 실험이 진행됐다. 화학자이자 작곡가인 레자렌 힐러 등이 컴퓨터에 작곡 규칙을 입력해 현악사중주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계가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의 감정과 경험이 없는 컴퓨터가 만든 음악을 과연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오늘날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기계에 대한 예술계의 불안과 거부감이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예술의 진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예술가들은 결국 그 기술을 자신만의 표현 수단으로 바꿔왔다. 책 제목의 '언캐니(Uncanny)'는 인간을 닮은 기계가 불러일으키는 기묘하고 낯선 감정을 가리킨다. 기계는 인간에게 불안의 대상인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뮤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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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2022년 미국 콜로라도주 미술대회에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제작한 작품이 디지털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불거진 논쟁까지 살펴본다. 다만 과거의 기술 혁신과 방대한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결과물을 생산하는 오늘날 생성형 AI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지는 논쟁적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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