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타인과 글렌리벳 일부 제품의 출고가가 내려가고 대형마트에서는 위스키 반값 행사까지 등장했다. 세계적인 위스키 산지인 스코틀랜드에서도 수요 둔화와 재고 부담으로 증류소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 시작된 가격 인하와 할인이 다른 브랜드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글렌버기·글렌리벳 출고가 최대 13% 인하
2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15년과 더 글렌리벳 12년·15년의 출고가를 최대 13% 낮췄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적용한 조치로, 회사는 올해 3월 이를 발표하며 유통 채널을 거쳐 소비자 가격에도 점진적으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물류·운송·포장 등 운영 비용을 줄인 성과를 가격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ADVERTISEMENT
발렌타인의 가격 조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24년 12월에도 발렌타인 10년·17년·21년과 로얄살루트 21년 시리즈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최대 13% 인하했다. 당시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위스키 시장이 정상화되고 해외여행 회복으로 저렴한 해외 구매가 늘어나면서 국내 판매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에서는 한시 할인으로 구매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행사카드로 전액 결제하면 탐두 12년(700mL)을 행사 전 표시가격 9만9800원에서 7만9800원으로 약 20% 할인한다. 더 글렌그란트 익스플로레이션 넘버원(700mL)은 9만9800원에서 6만9800원으로 약 30%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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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번인 에즈라 브룩스 90프루프(750mL)는 4만9800원에서 2만4900원으로 반값에 판매한다. 더 글렌드로낙 오드 투 더 다크(700mL)는 18만9800원에서 14만4800원으로 약 24% 할인한다. 점포별 취급 상품과 재고는 다르다.
마트선 반값 행사…산지 재고도 가격 변수
해외에서는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업계 분석기관 커머셜 스피리츠 인텔리전스의 추산을 인용해 올해 스코틀랜드에서 숙성 중인 위스키가 약 14억 리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팔리지 않은 완제품만을 뜻하지 않는다. 앞으로 병에 담아 판매할 숙성 원액도 포함한 수치다.수출 통계에서도 수요 둔화가 드러난다. 스카치위스키협회(SWA)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위스키 수출액은 53억파운드로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수출량은 700mL 기준 13억4000만 병으로 4.3% 줄었다. 싱글몰트 수출액은 6% 감소해 전체 평균보다 낙폭이 컸다.
증류소들은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글렌고인과 로즈뱅크를 운영하는 이언 매클라우드 디스틸러스는 수요 전망이 낮아지자 두 증류소의 연간 생산량을 30% 줄였다. 스카치위스키는 최소 3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하는 만큼 지금 감산해도 이미 창고에 들어간 원액은 남는다. 과거의 생산 결정이 수년 뒤 공급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다만 시장 전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카치위스키 수출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6%, 수출액은 약 3% 증가했다. 물량 증가율이 금액 증가율을 웃돌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결과일 수도 있어 개별 제품의 가격 인하로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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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사의 가격 조정과 스코틀랜드 재고 증가를 곧바로 연결하기도 어렵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운영 비용 절감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가격 인하 이유로 제시했다. 국내 판매가격에는 환율과 세금, 유통 비용도 반영된다. 현지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인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재고를 현금으로 바꿔야 하는 업체가 늘면 할인과 판촉을 확대할 유인은 커진다. 반면 가격을 지키면서 생산을 줄여 대응할 수도 있다. 위스키값의 추가 하락 여부는 일부 제품의 특가 행사를 넘어 출고가 인하 품목이 늘어나는지, 같은 제품의 상시 판매가격까지 낮아지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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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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