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면서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미국 반도체주를 압박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2% 넘게 하락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53포인트(0.29%) 떨어진 1만1283.81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반등했던 지수는 하루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8.83달러(0.98%) 하락한 896.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ADR은 3.08달러(2.16%) 내린 139.79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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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역시 전장 대비 0.29% 떨어진 216.47달러로 마감했다. AMD는 0.62% 내린 534.74달러를 기록했고, 브로드컴과 인텔도 각각 0.07%, 0.37% 하락한 334.37달러와 91.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대형 기술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과 차입 규모 확대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AI 산업에 투입되는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기업 앤트로픽은 앞으로 수년간 컴퓨팅 자원을 추가 확보하는 데 최대 7500억달러를 지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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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술주도 대체로 하락했다. 애플은 1.00% 내린 359.50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는 0.31% 떨어진 531.87달러에 장을 마쳤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메타도 각각 1.13%, 1.59% 하락했다. 반면 테슬라는 1.54% 상승한 373.71달러를 기록했다.
AI 관련 기업 가운데 웨스턴디지털은 3.5% 오른 364.61달러,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1.9% 상승한 673.39달러에 마감했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도 1.62% 오른 62.11달러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기업 마벨테크놀로지 역시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은 견고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67만원, 470만원으로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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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추정에 따르면 프론티어 AI 기업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올해 3분기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7% 증가했다. 다만 연간 매출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4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재무 부담이 반도체 업황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작다고 평가했다. 개별 사업자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미 구축된 데이터센터와 관련 장비를 다른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어 설비투자 차질이 전체 산업의 수요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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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황을 뒷받침할 핵심 동력으로는 데이터센터 증설을 지목했다. 노무라가 집계한 글로벌 데이터센터 신규 설비 규모는 올해 22.3기가와트(GW)에서 내년 31.5GW로 약 41.3%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를 웃돌면서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에 대한 우려도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최대이자 세계 4위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4F² 기술 개발 진전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노무라는 관련 기술 전환이 미칠 영향을 시장이 과도하게 반영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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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들의 재무 여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 9곳의 합산 순현금은 올해 2분기 2820억달러에서 2028년 말 약 2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보다 반도체 공급 업체에 현금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