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유령 기자’까지 동원
19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소프트파워 확대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산하 해외 문화기관인 ‘러시아하우스’를 아프리카 8곳에 추가 신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ADVERTISEMENT
오는 28일에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러시아 정부는 “세계 다수를 대신해 서방의 ‘신식민주의’에 러시아가 맞서 싸우고 있다”는 주장을 전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언론 매체를 활용한 공작이 눈에 띈다. 러시아 국영 방송 RT는 아프리카 현지 매체와 콘텐츠 공유 계약 약 30건을 맺었다. ‘아프리카 언론 매체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이 지역 언론인을 교육하는 행사도 연다. 물론 교육 내용은 편향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에게 ‘네오나치’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가 민간인을 대규모로 살해한 부차 학살 사건은 ‘가짜뉴스’ 사례로 제시한다.
ADVERTISEMENT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 기자’도 만들어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허위 프로필로 생성한 ‘유령 기자’는 최대 35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령 기자 마누엘 고드신으로,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에서 주도하는 경제협력 사업인 ‘로비토 회랑’ 배후에 서방 마피아 세력이 숨어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사건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해진 뒤 꾸준히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돈 주고 기사 내는 中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은 더 오래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관영 매체 신화통신과 방송사 CGTN 등이 아프리카로 진출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현지 언론 이름을 빌려 친중 메시지를 퍼뜨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 국무부 글로벌관여센터(GEC)에 따르면 수년 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동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현지 매체에 돈을 주고 중국에 우호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외교부가 만들어낸 가상 필자인 ‘이판’은 나이지리아 등 최소 5개국 매체에 친중 기고를 실었다.
이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프로바로미터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10명 중 6명이 중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평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ADVERTISEMENT
러시아와 중국의 공조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 관영 매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하는 건 미국 쪽”이라며 러시아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면 러시아 쪽이 해당 보도를 재인용하는 식이다. GEC는 러시아도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이해관계와 관련한 선전을 확산하며 호응했다고 전했다.
◇미국·유럽 빈자리 파고든다
노력만큼 효과를 거두는지는 불확실하다. 러시아와 중국 관영 매체에 대한 아프리카인의 관심이 높지 않아서다. 중국 CGTN아프리카가 2023년 8~10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 851개의 평균 조회 수는 1000회 미만에 불과했다. 중국 정치 관련 보도는 현지에서 관심도가 낮은 데다 일방적인 긍정 보도 일색이라 시청자를 붙잡아두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다만 아프리카에서 미국·유럽 매체 영향력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활발히 활동하던 미국의소리(VOA)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명령에 따라 조직 자체가 사라졌다. 영국 BBC도 2020년대부터 아프리카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ADVERTISEMENT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