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가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인공지능(AI) 확산이 한국과 선진국 일자리뿐만 아니라 국가 세입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개발도상국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 충격이 미미하고 삶의 질 개선 효과가 큰 만큼 기술 보급을 위해 국제사회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가 총재는 지난 19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AI·디지털 서밋’ 기자회견에서 “AI 활용으로 선진국 일자리 약 3분의 1이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자본보다 노동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세입도 문제가 있다”며 “일자리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을 돌봐야 하고, 그러려면 그에 맞는 재정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 세수가 줄고 필요한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할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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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한국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두고 그는 “앞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시간을 두고 사용할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며 “이를 ‘신중한 재정 운용’이라고 부르며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세계은행과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개도국을 중심으로 AI,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성장 기회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방가 총재는 18일 이재명 대통령,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등을 만나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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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AI 과잉 투자 논란’에 관해서는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빠르게 성장한 만큼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LLM 같은 ‘빅AI’를 구현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며 “이 분야에 한동안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방가 총재는 대규모 컴퓨팅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스몰 AI’(사람을 위한 AI)를 개도국에 시급히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과 달리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미미한 반면 실생활 개선 효과는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스마트폰에 대고 기침하면 질병 가능성을 판별해주는 보건의료 앱 등을 대표 사례로 들며 AI를 활용해 개도국의 보건의료 영역 등에서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모색했다. 방가 총재는 삼성과 만난 자리에서 구형 스마트폰을 수리해 개도국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기 가격 부담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서비스와 AI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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