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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원 들고 왔어요"…제주에 살러 왔다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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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원 들고 왔어요"…제주에 살러 왔다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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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은 얼마나 될까. 해마다 들어오고 나간 사람의 숫자는 집계가 된다. 2010년에는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437명 많았다. 그 차이는 2015년 1만 4000여 명까지 벌어졌다. 2025년에는 반대로 나간 사람이 4273명 더 많았다.

    그러나 숫자는 사람들이 왜 제주에 왔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 숫자 뒤에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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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 온 지 6년, 임하람 대표는 처음부터 제주살이를 꿈꿨던 사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고,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그에게 이별까지 겹쳤다.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며 “너에게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가겠다”고 말했다.

    도망치듯 온 제주, 한 달 만에 달라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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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정착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살아내기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 하지만 한 달을 지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제주에 살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제주가 너무 예뻤어요. 이곳에 살면 나도 예뻐질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의 그는 맞지 않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제주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파리가 활짝 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있었다.

    제주에서 좋았던 것은 단순히 '예쁜 풍경'만은 아니었다. 당시의 자신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각이 있었고, 그것이 제주에 계속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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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만 원으로 시작한 6개월, 이방인이라는 현실

    마음은 제주에 남기로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당장 방 구할 돈도 없었던 그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6개월을 일했다. 숙식을 해결하며 돈을 모았고, 이후 제주 특유의 주거 형태인 연세로 방을 구했다.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

    그가 제주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도 ‘준비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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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을 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면 이후에는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오래 다닐 직장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비교적 많았지만 오래 할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특히 이주민이라는 점이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했다. 오래 머물지 않고 몇 년 뒤 제주를 떠나는 이주민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처음부터 경계하는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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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회와 사람을 만나며, 제주에 스며들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그에게 힘이 되어준 이들이 있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가까워지면 세심하게 챙겨주는 제주 사람들의 정을 겪으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예비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인 신사업 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사진관 창업을 준비했고, 이후 소상공인 성장 지원 프로그램인 강한 소상공인 사업에도 선정돼 자신의 일을 만들어갔다.

    처음 문을 연 곳은 제주시 아라동의 '파랑사진관'이다. '파랑'은 푸른색이 아니라 거센 바다를 가르는 '물결(波浪)'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제주에 작은 물결 하나를 일으켜보자는 뜻이었다.
    이후 소품샵 '파랑오브레코즈'까지 운영하며 영역을 넓혔다. 두 개의 공간에는 무지개색이 하나씩 입혀져 있다. 파랑사진관은 파란색, 파랑오브레코즈는 초록색, 최종 목표는 보라색 매장까지 열어 제주에 일곱 빛깔 무지개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이 커지며 새로운 어려움도 생겼다. 매장은 두 개로 늘었지만 업무는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사업하면서 제일 힘든 건 결국 제 멘탈이에요. 사업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사업은 하나만
    하세요"

    관광지가 아닌 ‘우리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눈에 담기는 제주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 둘러봤지만, 지금은 우리 동네와 그 안의 공동체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제주시 연동, 용담을 거쳐 지금은 서귀포시 강정동에 2년 넘게 살고 있다. 연동은 젊고 활기찬 분위기라면 용담은 해안 도로를 따라 러닝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곳이다. 강정동은 정비가 잘 돼 있어 깨끗하고 생활하기 편한 동네다.

    이제 제주를 ‘여행하는 사람’이 아닌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보게 됐다. 출근길에 힘이 들면 오름이나 한라산 쪽으로 차를 돌려 풍경을 보고 가기도 한다. 일탈이 여행이 되는 것, 그것이 제주살이의 매력이다.

    살려고 왔고, 이제는 잘 살려고 한다

    “제주에서의 삶이 처음에는 아등바등이었다면, 지금은 뛰고 싶고 날고 싶어요”

    제주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이유를 한 단어로 답해 달라고 하자 그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10개월 된 아기와 가족,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에게 제주는 이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50만 원을 들고 도망치듯 제주에 온 청년은 이제 누군가의 멋진 인생을 프레임에 담아내고 있다. 그가 만든 작은 물결 ‘파랑’은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퍼져가고 있다.

    <제주 정착을 위한 세가지 팁>

    1. 연초에 오세요.
    제주에는 ‘신구간’이라는 독특한 주거 문화가 있어 연초에 집이 많이 나옵니다. 각종
    지원사업도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지원사업부터 살펴보세요.
    이주·창업·취업을 돕는 지원사업이 다양합니다. ‘더큰내일센터’ 같은 프로그램을 미리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기회를 찾아보세요.

    3. 징검다리를 놓고 오세요.
    아무런 준비 없이 내려오기보다, 지원사업이나 창업 프로그램 등에 먼저 선정된 뒤
    제주로 내려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나씩 기반을 만들어가며 정착을 준비해보세요.

    제주=성현태, 원예은, 유수진, 황예원, 차효성 인턴 기자 / 배경민 한경닷컴 기자 bk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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