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인데 좀 생소하다. 가격표를 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100ml에 39만5000원. 백화점 1층에서 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에 준하는 값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 백화점에는 거의 없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유일하다. 창업자인 임호준 하우스바이림 대표는 “여러 브랜드가 모여 있는 백화점은 브랜드 고유의 색채와 세계관, 비주얼 코드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입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이나 무신사 등 뷰티 전문 유통 채널에도 진입할 계획이 없다. “정기 할인 행사로 가격 경쟁을 하는 곳에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게 임 대표 설명이다.
그런데도 올해 누적 매출이 벌써 1000억원에 근접했다. 93~95%가 해외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들었지만, ‘글로벌 럭셔리 니치 향수’를 표방하는 본투스탠드아웃 얘기다. 2022년 탄생한 이 브랜드의 성장세는 무섭다. 첫해 매출이 2억8000만원이었는데, 이듬해인 2023년 120억원으로 불었다. 그다음 해에는 270억원, 또 그다음 해에는 617억원까지 늘며 매년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200억~13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국내보단 해외를 먼저 공략했고, 세계인이 응답했다. 본투스탠드아웃은 현재 82개국에서 9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러즈·셀프리지스·하비니콜스 등 영국 주요 백화점은 모두 뚫었다.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이탈리아 안토니아, 일본 이세탄·한큐 등 주요국 백화점과 하이엔드 편집샵에 줄줄히 입점했다. 세포라 등 글로벌 뷰티 전문 채널에도 진출했다. 일본 편집샵 빔즈에는 한국 브랜드 최초로 입점하는 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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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성장세에 자본도 반응했다. 지난해 2월 미국의 소비재 전문 벤처펀드 터치 캐피탈과 로레알 그룹 산하 벤처펀드 볼드 주도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기반 삼아 미국·유럽 중심으로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 플래그십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며,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도 예정돼 있다.

올해 실적이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데 대해 임 대표는 “미국과 중동 세포라에 런칭한 게 컸다. 중동의 경우 백화점 매출도 유의미하게 잡히고 있다”고 했다. 국내와 달리 중동 지역 백화점은 규모가 커 매장 규모를 넉넉히 얻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품력도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본투스탠드아웃은 올해 향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영국 FiFi 어워드에서 ‘라이징 스타’ 부문을 수상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최고 권위 향수 시상식 프레미오 아카데미아 델 프로푸모에선 ‘최우수 아티스틱 향수’ 부문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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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스탠다웃의 제품은 향이 진한 편이다. 가장 대중적인 형태인 오드퍼퓸의 농도는 통상 10~20% 수준인데, 30~40% 농도를 고집한다. 여기서 농도를 더 높인 ‘엑스트레 익스트림’ 컬렉션은 50~60% 수준이다. 한국 전통 옹기에 담아 90일간 숙성시키는 작업이 깊고 진한 향의 비결이다. 임 대표는 “전 세계에 시판되고 있는 알코올 기반 향수 중 농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글로벌 무대를 장악한 본투스탠드아웃은 이제 고향을 주 무대로 삼는다. 20일 서울 북촌에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한남, 삼청, 성수에 이은 네 번째 매장이다. 삼청점으로부터는 불과 300~400m 떨어진 지점에 터를 잡았다. 임 대표는 “우리 브랜드의 색채와 DNA를 가장 일관되기에 보여주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 매년 국내에 이런 종류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1~2개 내는 게 목표다. 본투스탠드아웃의 1호 매장인 한남 ‘하우스 오브 크림슨’은 지난해 미국 뷰티매터 어워드에서 ‘최우수 공간디자인상’을 받는 등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촌 매장은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붉은 색과 스테인리스, 조형물 등으로 차별화했다. 직접 수집한 조선시대 고가구와 옛 기물, 전통 이불장과 베개장을 본뜬 매대, 기와를 활용한 모자이크 타일, 전통 석탑이 들어선 중정 등이 볼거리다.

본투스탠드아웃 고유의 카페 브랜드 ‘카페 레드 어코드’도 이번 매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시향 노트에 적혀 있는 그대로의 맛을 내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조향사가 향수를 조제하듯 향과 풍미, 맛의 여운을 섬세하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한옥 마당과 연결된 바 형태의 ‘드림 스테이션’에 상주하는 전문 파리스타가 직접 내린다. 두리안 향이 나는 ‘두리안 커스터드’는 여느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맛이다. 원두는 브라질 상파울루주와 미나스제라이스주 경계에 위치한 유명 커피 재배지 모지아나에서 수입한 싱글 오리진을 쓴다.
스스로를 ‘반항아’로 칭하는 임 대표는 “향수는 이미 시장에 안착했다. 커피를 포함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내년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본투스탠드아웃은 이미 바디 로션, 핸드 크림, 사쉐, 인센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내년, 내후년에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예정돼 있다. 이미 세포라, 영국 해러즈,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 일본 빔즈 등 여러 글로벌 리테일러들과 협업이 이뤄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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