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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경마장 1만가구 공급, '배임죄'가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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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경마장 1만가구 공급, '배임죄'가 멈춰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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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과천 경마공원 이전이 형법상 배임죄 처벌을 우려하는 한국마사회 이사진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정부 정책마저 배임 우려에 발목 잡힌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여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8·13 주택공급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마사회 상황을 보고받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마사회 이사진이 과천 경마공원 이전을 의결하면 향후 배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이사진을 개별 접촉해 설득하고 있다”는 취지로 구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사회 이사회는 한 대형 로펌에 의뢰해 “경마공원 이전 안건 의결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고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 의견서를 받았다. 정부는 과천 경마공원(115만㎡)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28만㎡)를 통합 개발해 주택 98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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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정이 지난해 9월 밝힌 형법상 배임죄 폐지 방침은 1년 넘게 공회전하고 있다. 법무부가 경제형벌 합리화 차원에서 배임죄를 폐지하기 위해 대체 입법안을 마련했지만 여당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 사실상 멈춰 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배임죄가 민간 기업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과천 닥공' 막은 배임죄…폐지는 첩첩산중
    마사회 배임죄 논란에…1만가구 주택공급 차질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 과천 경마공원 부지 내 주택 공급 계획이 ‘배임죄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나치게 넓은 처벌 범위가 경마공원 이전을 결정할 한국마사회 이사들의 행동 반경을 좁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경제 형벌 합리화 차원에서 배임죄 폐지를 공언했지만 입법을 책임질 더불어민주당에선 법 개정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특례법 초안은 마련했지만
    19일 여권에 따르면 마사회가 최근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자문받은 의견서엔 “경마공원 이전 비용(2조4000억원)의 정부 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사회 결의에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득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해 위임자 재산에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이때 손해는 발생 가능성만 있어도 처벌할 수 있어 이사들 다수가 “이전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배임죄 개정 논의는 작년 9월 공식화했다. 정부·여당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상법에 규정하며 경제계에 대한 ‘당근책’으로 꺼내 들었다. 손해 발생 가능성만 있어도 죄가 되는 등 적용 대상과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당정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판례 3300여 건을 유형화하는 난도가 너무 높은 데다 6·3 지방선거, 8·17 전당대회,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일정이 이어지며 도입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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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올해 4월 배임죄를 대체할 특례법 초안을 마련해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례법 가칭은 ‘재산관리범죄에 관한 처벌법’이다. 핵심은 법 적용 대상을 ‘법률·규정에 따라 재산관리 임무를 부여받은 자’로 좁히고 처벌되는 행위도 열거형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현행 배임죄와 달리 손해를 일으켰는지 따진다는 점도 차이다. 합리적 경영 판단은 면책하는 ‘경영 판단 원칙’도 포함된다.
    ◇ 미적거리는 민주당
    민주당 내에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여당 관계자는 “판례가 워낙 많아 법조문을 구체화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법망을 피해 가는 범죄 유형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법무부 보고를 받은 당의 관련 태스크포스(TF)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완성도를 더 높여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배임죄 폐지에 적극적이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인사 논란 끝에 법무부 장관에서 낙마해 동력이 더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수장이 공백인 가운데 법안 작업이 눈에 띄게 느려진 데다 현행 배임죄를 유지하면서 일부 조문만 고쳐야 한다는 신중론도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임죄 폐지가 여당이 추진 중인 공소취소특검법과 함께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새로 생기는 특례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개발 배임 의혹 등이 죄가 되지 않으면 면소(형벌권 소멸) 판결이 날 수 있다”며 “형을 사는 이들까지 풀려날 가능성과 맞물려 정치권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배임죄 대체 입법을 ‘이재명 구하기법’으로 표현했다. 여당 일각에서 지지율 회복 전까지는 공소취소특검법과 배임죄를 모두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읽힌다.


    경제계에선 정치적 이유로 배임죄 합리화가 무력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배임죄 폐지에 속도도 내지 못하면서 민사책임을 강화하겠다며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 집단소송제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며 “경영 환경이 더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재영/이시은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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