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h1>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매도인과 매수인의 합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할 구청장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2025년 10월 20일부터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일부 개발 지역에 적용되는 예외적인 제도를 넘어 서울 주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가 됐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위헌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1989년 12월 22일 선고한 ‘88헌가13’ 결정에서 토지거래허가제의 기본 구조를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전국적인 지가 상승과 토지 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시기였습니다.
다만 결정 내용을 ‘토지거래허가제는 언제나 합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당시 헌재가 판단한 것은 현재 제도가 아니라 당시 국토이용관리법에 규정된 토지거래허가제였습니다. 어떤 지역을 얼마나 넓게, 얼마 동안,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더라도 모두 허용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닙니다.
결정 구조도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재는 토지거래허가제를 규정한 국토이용관리법 조항에 대해서는 재산권 제한의 한 형태로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허가제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에는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6명에 미치지 못해 위헌으로 선언되지 않았습니다.
헌재가 허가제 자체를 합헌으로 본 데는 몇 가지 전제가 있었습니다. 규제 대상이 모든 사유지가 아니라 투기 우려 지역과 지가 급등 지역에 한정됐고, 규제 기간도 5년 이내였습니다. 거래 목적과 면적, 가격 등이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면 허가받을 수 있었으며 불허가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헌재는 이러한 사정을 토대로 토지 소유자의 처분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재산권 제한의 한 형태로 본 것입니다.
결정문은 토지소유권의 상대성과 사회적 의무성도 강조했습니다. 토지는 생산을 통해 무한정 늘릴 수 없고 국민의 주거와 산업 활동에 필수적인 자원이므로 일반 재산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토지시장 상황과 투기 거래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허가제가 목적에 전혀 부적합하거나 최소침해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7년이 지난 지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전제들입니다. 현재 규제는 투기 수요가 집중된 특정 개발지나 재건축 단지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 대상입니다. 압구정의 수십억원대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의 실거주용 아파트가 같은 허가 체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정부가 2025년 10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전역 아파트에 대한 허가제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신청이 5만5990건에 달합니다.
현행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은 도시지역 가운데 주거지역의 기본 허가 기준 면적을 60㎡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거래 실태 등을 고려해 기준 면적의 10∼300% 범위에서 별도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허가구역에서는 주거지역 기준이 6㎡ 초과로 적용되는 사례가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 거래가 허가 대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명칭은 토지거래허가제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아파트 거래허가제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토지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주택 매매 전반을 사전 심사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면 1989년 결정과는 다른 차원의 헌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쟁점은 규제 범위의 적정성입니다. 투기 우려가 큰 지역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서울 전역을 하나의 규제권역으로 묶는 것이 필요한 조치인지 따져야 합니다. 지역별 가격과 거래량, 투기 수요의 차이를 반영한 더 좁고 정밀한 규제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소침해 원칙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규제 효과와 불이익의 균형입니다. 허가제는 거래량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거래 감소가 반드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매물이 줄어 가격이 오르거나,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투기 억제 효과가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에 발생하는 비용과 불편보다 충분히 큰지 계속 검증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재산권과 계약 자유의 제한 정도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세금을 부과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간접적인 규제가 아닙니다. 행정기관이 거래 성립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입니다. 당사자는 이용 목적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해야 하고, 허가받은 목적에 따라 일정 기간 토지를 이용해야 합니다.
규제 지역이 특정 개발지에 한정될 때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때 기본권 제한의 무게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가 넓고 오래 지속될수록 국가는 그 필요성과 효과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1989년의 합헌 결정이 현재 서울 전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당시 헌재도 규제 대상과 기간이 제한되고,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받을 수 있으며, 불허가에 대한 구제 절차가 있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결국 질문은 토지거래허가제 자체를 둘 것인지 없앨 것인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왜 서울 전체를 규제해야 하는지, 지역별로 더 세밀하게 지정할 수는 없는지, 규제를 유지하거나 연장할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실수요자가 감수하는 불이익에 비해 투기 억제 효과가 충분한지를 물어야 합니다.
37년 전 합헌 결정은 오늘의 규제를 위한 백지수표가 아닙니다.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제한의 범위와 기간, 필요성이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도 정당화돼야 합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이 기준 앞에서 다시 설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토지거래허가제의 위헌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1989년 12월 22일 선고한 ‘88헌가13’ 결정에서 토지거래허가제의 기본 구조를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전국적인 지가 상승과 토지 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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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결정 내용을 ‘토지거래허가제는 언제나 합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당시 헌재가 판단한 것은 현재 제도가 아니라 당시 국토이용관리법에 규정된 토지거래허가제였습니다. 어떤 지역을 얼마나 넓게, 얼마 동안,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더라도 모두 허용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닙니다.
결정 구조도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재는 토지거래허가제를 규정한 국토이용관리법 조항에 대해서는 재산권 제한의 한 형태로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허가제 위반에 대한 벌칙 조항에는 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에 필요한 6명에 미치지 못해 위헌으로 선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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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허가제 자체를 합헌으로 본 데는 몇 가지 전제가 있었습니다. 규제 대상이 모든 사유지가 아니라 투기 우려 지역과 지가 급등 지역에 한정됐고, 규제 기간도 5년 이내였습니다. 거래 목적과 면적, 가격 등이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면 허가받을 수 있었으며 불허가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헌재는 이러한 사정을 토대로 토지 소유자의 처분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 아니라 재산권 제한의 한 형태로 본 것입니다.
결정문은 토지소유권의 상대성과 사회적 의무성도 강조했습니다. 토지는 생산을 통해 무한정 늘릴 수 없고 국민의 주거와 산업 활동에 필수적인 자원이므로 일반 재산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토지시장 상황과 투기 거래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허가제가 목적에 전혀 부적합하거나 최소침해 원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7년이 지난 지금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전제들입니다. 현재 규제는 투기 수요가 집중된 특정 개발지나 재건축 단지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서울 전역의 아파트가 대상입니다. 압구정의 수십억원대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의 실거주용 아파트가 같은 허가 체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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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 10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확대됐습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전역 아파트에 대한 허가제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신청이 5만5990건에 달합니다.
현행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은 도시지역 가운데 주거지역의 기본 허가 기준 면적을 60㎡로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거래 실태 등을 고려해 기준 면적의 10∼300% 범위에서 별도 기준을 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허가구역에서는 주거지역 기준이 6㎡ 초과로 적용되는 사례가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 거래가 허가 대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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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은 토지거래허가제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아파트 거래허가제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토지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주택 매매 전반을 사전 심사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면 1989년 결정과는 다른 차원의 헌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쟁점은 규제 범위의 적정성입니다. 투기 우려가 큰 지역과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된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서울 전역을 하나의 규제권역으로 묶는 것이 필요한 조치인지 따져야 합니다. 지역별 가격과 거래량, 투기 수요의 차이를 반영한 더 좁고 정밀한 규제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최소침해 원칙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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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쟁점은 규제 효과와 불이익의 균형입니다. 허가제는 거래량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거래 감소가 반드시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매물이 줄어 가격이 오르거나, 수요가 인접한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투기 억제 효과가 정상적인 실수요 거래에 발생하는 비용과 불편보다 충분히 큰지 계속 검증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재산권과 계약 자유의 제한 정도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세금을 부과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간접적인 규제가 아닙니다. 행정기관이 거래 성립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제도입니다. 당사자는 이용 목적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제출해야 하고, 허가받은 목적에 따라 일정 기간 토지를 이용해야 합니다.
규제 지역이 특정 개발지에 한정될 때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될 때 기본권 제한의 무게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가 넓고 오래 지속될수록 국가는 그 필요성과 효과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1989년의 합헌 결정이 현재 서울 전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당시 헌재도 규제 대상과 기간이 제한되고,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받을 수 있으며, 불허가에 대한 구제 절차가 있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결국 질문은 토지거래허가제 자체를 둘 것인지 없앨 것인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왜 서울 전체를 규제해야 하는지, 지역별로 더 세밀하게 지정할 수는 없는지, 규제를 유지하거나 연장할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실수요자가 감수하는 불이익에 비해 투기 억제 효과가 충분한지를 물어야 합니다.
37년 전 합헌 결정은 오늘의 규제를 위한 백지수표가 아닙니다.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제한의 범위와 기간, 필요성이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도 정당화돼야 합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에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이 기준 앞에서 다시 설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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