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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자기 소유 '친일파' 소장품 전시…"제 중대한 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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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자기 소유 '친일파' 소장품 전시…"제 중대한 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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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기 소유의 '친일파' 유묵을 박물관 특별전에 애국지사 유묵으로 전시한 것과 관련해 "저의 중대한 불찰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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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관장은 최초 전시명단에 없던 친일파 박중양의 유묵인 '일반시국은'을 애국지사인 박원근 지사의 유묵으로 자신이 직접 추천하고 선정한 논란에 휩싸여있다. '감정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유 관장은 "나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했다"고 답해 박물관의 전시품 검증 절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3일 확정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최초 출품작 목록에는 문제가 된 유묵 ‘일반시국은’이 없었다. 이 작품이 전시 대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5월8일 유 관장이 직접 추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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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전시 결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박물관은 유 관장의 추천 11일 만인 5월 19일 출품동의서와 인수증을 작성했다. 사흘 뒤인 22일에는 관장 보고를 거쳐 전시 위치까지 최종 확정했다. 관장이 자신의 소장품을 추천한 지 불과 14일 만에 전시가 결정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진위를 확인할 검증 절차는 작동하지 않았다. 박물관은 별도의 서예 전문가를 투입하지 않았고, 다른 작품과의 비교를 통한 충분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장자인 유 관장의 전언 등을 근거로 해당 작품을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판단했다. 결국 친일파 박중양의 작품이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전시됐다. 유 관장은 '감정을 받은 적 있느냐'는 국정감사 질의에 "나 자산이 서예사 전공자라서 확신했다"고 답했다.


    박물관에서 관장 개인의 소장품을 제시하는 데 따르는 이해상충 여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은 실무자부터 관장까지 보고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관련 문서나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품을 추천한 유 관장은 최종 의사결정에도 관여했다.

    유 관장은 논란이 불거진 후에 네 차례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해당 작품이 자신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 관장은 국정감사에서 "처음에 내 소장품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은 내 개인 자랑이 될까 봐서였다"며 "이후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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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시국은' 유묵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7월 열린 '우리들의 밥상'에서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적힌 서명을 바탕으로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했다. 그러나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됐다.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해당 유물을 5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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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관장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로 잘 알려진 미술사학자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와 성균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 문화유산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미술사학자로서 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7월 관장으로 임명됐다.

    유 관장은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돼 국민 여러분과 역사 앞에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고증 오류로 인해 독립운동의 명예와 유족분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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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의 학술적 권위를 훼손한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유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켜온 학술적 전문성과 유물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박물관 직원들의 소명의식과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었다”며 “관장 개인 소장품을 비롯한 논란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품 선정·검증 체계가 관장의 영향력 앞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조 의원은 “관장 추천 한마디에 최초 기획안에도 없던 개인 소장품이 추가되고 충분한 진위 검증이나 이해충돌 검토도 없이 전시됐다는 것은 박물관 전체의 공신력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셀프 전시’ 논란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전시품 선정·검증 절차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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