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시위는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국가별로 시위 강도와 쟁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물가와 주거비가 치솟고 재정난으로 공공 서비스가 약화하는 데 대한 분노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포르투갈에서는 “50대가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청년들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스페인 여당은 주택난 항의 시위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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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덕에 미래대응기금까지 쌓는 한국과 재정 적자에 신음하며 국가부채를 줄여야 하는 유럽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청년이 처한 상황을 보면 유럽 청년들의 분노가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국가데이터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11만3000명 증가한 가운데 청년층(15~29세)은 14만7000명 줄었다. 청년층 고용률도 44%로 1.1%포인트 하락해 29개월째 내리막이다. 나라 경제는 좋아졌다는데 청년 취업은 갈수록 바늘구멍이다. 요행히 취업에 성공해도 집값, 전·월세 가격 동반 상승으로 주거비 부담이 짓누르는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유럽은 저출생·고령화로 연금 등 복지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해 청년에게 쓸 돈이 없다. 이 와중에 구조개혁은커녕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정당만 기승을 부린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의 우리 모습일지도 모른다. 청년이 분노를 쏟아내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부와 기성세대의 역할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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