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의 한국마사회 대상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16일, 과천 경마공원 이전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든 지방자치단체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해당 지역의 장점을 내세우며 경쟁 지역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불사했다. 경마공원 이전 후보지와 큰 관련이 없는 지역구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20년 걸릴 사업을 졸속으로 앞당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vs '영천은 신라시대부터 말의 도시"
정부는 지난 1월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를 이전한 뒤 그 자리에 주택 98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2029년 12월 착공을 목표를 제시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을 상대로 국정감사가 아닌 경마공원 유치 설명회를 방불케 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제주 서귀포가 지역구인 김성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전 첫 질의 시작부터 "제주도는 육성 조련 경마 등 핵심 기능이 집적된 국내 최대의 말산업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옛말에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지 않나"며 "마사회가 제주로 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했다. ADVERTISEMENT
부산 영도 지역구의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 영도의 옛 이름은 명마가 달리면서 그림자가 따라가지 못해 그림자가 끊어진다는 뜻의 '절령도'였다"며 "저하고 같이 영도에서 말산업과 관련해 마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제주는 오히려 원나라에 점령당하면서 말 산업이 시작된 치욕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제주갑 지역구의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제주도 말은 (몽골 침략 전인) 백제 무왕 시대 610년도 탐라에서 환불받은 말에 대한 얘기가 나올 만큼 역사가 깊다"며 "치욕의 역사라고 한 말에 대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마공원 유치전은 오후에도 계속됐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영천 하면 말이고, 말하면 영천"이라며 "영천은 신라시대 말의 도시로 1000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말했다. 이어 "영천은 20년 동안 말산업 인프라를 육성해 왔고 준비가 단단하게 되어 있는 도시"라고 덧붙였다. 경기 포천·가평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북부는 오랫동안 안보와 수도권 규제에 맞물려 희생된 인구감소지역"이라며 "경마장을 이전할 때 접경지역이라든지 인구감소지역 등을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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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비용 2조4000억원 어디서 마련하냐"
국감장에서 경마공원 유치전이 벌어진 한편, 정부의 무리한 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우 회장을 상대로 "마사회가 2조4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이전을 정부 지원 없이 추진할 경우 이사진에 업무상 배임 및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법률 의견을 받았냐"고 질문했다. 우 회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그러면 정부 정책에 반대해야 될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강 의원은 "경마 수익 감소로 축산발전기금이 줄어 축산농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마사회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 지원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후보지 공모와 선정 부지 확보 건설 및 실제 이전까지 16년 9개월이 걸린다고 했는데, 내가 알기로는 2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며 이전 일정이 비현실적임을 지적했다. 같은 당 이성권 의원도 "과천시는 마사회가 이전할 경우 한 해 3000억원의 세수가 사라지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며 "마사회 정규직 비정규직 직원과 과천 경마장 말관리사, 자회사 직원까지 2450명의 이전 대책도 시급하다"고 무리한 이전 스케줄을 비판했다. 그는 "강원랜드 이사회는 오투리조트 부당지원으로 사법 처벌을 받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도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된 부분이 지금 소송에 들어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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