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릴 적 흙장난하며 부르던 이 노래가 요즘 많은 서울 구축 아파트 거주자에게 간절한 염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는 이미 서른 살을 넘겼고, 신축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습니다. '이슬기의 새집다오'는 복잡한 재건축·재개발의 실타래를 풀고, 우리가 살고 싶은 '내일의 집'을 탐구합니다. 여러분의 '새집' 꿈이 선명해질 수 있도록 투명하고 쉽게 쓰겠습니다. [편집자주]
1990년대 서울 강남권에서 '부촌'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던 이름이 바로 '압서방'(압구정·서초·방배)이었습니다. 울창한 녹지 속 쾌적한 단독주택과 고급 연립주택이 늘어선 방배동은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모여 살던 대표적인 명품 주거지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한강변을 끼고 있는 반포·잠원 일대가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동안, 방배동은 상대적으로 정비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며 주거 환경 노후화와 함께 부촌으로서의 위상이 다소 빛을 잃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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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방배동이 대대적인 재건축 바람을 타며 다시금 시장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곳이 바로 최근 입주를 시작한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 '디에이치방배'입니다. 전용면적 84㎡ 입주권 호가가 40억원을 돌파하며 분양가 대비 두 배 가까이 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인기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안유진이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낡은 헌 집 골목길을 허물고 들어선 신축 하이엔드 단지가 방배동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통팔달 교통망에 명품 학군·녹지공간까지

방배동이 가진 고유한 특징 중 하나는 서울 속 프랑스인 마을로 유명한 '서래마을'처럼 저밀도 고급 빌라와 단독·다가구 주택이 공존해 왔다는 것입니다. 방배동 정비사업이 서울의 다른 아파트 재건축과 구별되는 결정적 차이점 역시 노후 단독, 다가구, 연립주택을 한데 묶어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바꾸는 '단독주택 재건축' 중심이라는 데 있습니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이미 주거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전통 부촌 위에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적 이점이 큽니다. 도로나 공원 등 기초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재정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사업 효율성이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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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의 최대 무기는 무엇보다 '사통팔달'의 입지와 교통망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4호선, 7호선이 모두 관통하는 몇 안 되는 알짜 지역입니다. 4·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과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을 끼고 있으며,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이 지역 내부를 촘촘히 연결합니다. 서초대로를 중심으로 강남 핵심 업무지구(GBD)로의 접근성이 압도적이며, 테헤란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도로망도 갖추고 있습니다.
주거 환경의 핵심인 학군과 녹지 공간 역시 방배동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입니다. 방배초, 방배중을 비롯해 명문 사학인 서문여중·서문여고 등이 구역 내에 밀집해 있어 교육 여건이 우수합니다. 또한 매봉재산, 우면산, 서리풀공원 등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넓고 쾌적한 녹지 공간이 단지들을 둘러싸고 있어, 강남권 내에서도 자연 친화적인 주거 환경을 자랑합니다.
주요 정비사업만 14곳…1.3만가구 '하이엔드 타운' 대변신

몇 곳만 드문드문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일대가 동시에 정비된다는 점도 방배동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시스템(정보몽땅)에 따르면, 서초구 방배동 내에서 재건축·재개발·가로주택정비·소규모 재건축 등 입주 정비사업 현장만 20여곳에 달합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니 신도시'급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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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방배동으로 대거 집결하고 있습니다. 방배동 재정비의 물꼬를 가장 먼저 튼 곳은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원페를라'입니다. 반포의 시세를 이끄는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원펜타스'처럼 삼성물산이 강남권 핵심 랜드마크에 부여하는 최상급 펫네임 '원'과 스페인어로 진주를 뜻하는 '페를라'를 결합한 단지입니다. 이름 그대로 방배동을 대표하는 한 알의 진주이자 신축 타운 조성을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어 방배동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방배5구역 '디에이치 방배'가 지난 9월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하며 방배동 대장주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입고 3000가구가 넘는 압도적 규모를 앞세워 방배동 일대가 하이엔드 타운으로 환골탈태했음을 시장에 강렬하게 각인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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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 기 싸움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적용된 방배삼익 재건축 단지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2024년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 입주를 향해 순항 중입니다. 방배삼호 3차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철거 과정을 끝내고 지난해 9월 착공에 돌입,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입힌 '디에이치 르피크'로 재탄생할 예정입니다.
후속 주자들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GS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시공을 맡은 방배13구역('방배포레스트 자이')과 방배14구역('방배 르엘')은 차근차근 착공 준비를 이어가며 대단지 조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방배신동아 재건축은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 적용을 확정 지었으며, 방배신삼호아파트 역시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하며 대단지 재건축 추진에 한층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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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14개 정비사업장이 모든 정비를 완료하면 방배동 일대에만 약 1만 3000가구 규모의 최신식 브랜드 아파트 타운이 들어서게 됩니다. 반포동이 신축 아파트 단지화로 집값 도약을 이뤄냈듯, 방배동 역시 동네 전체가 환골탈태하면서 일대 시세를 동반 상승시키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디에이치방배', 2년 만에 분양가 대비 2배 급등

실제로 시장에 공급되는 신축 단지들의 가격 호조세는 매섭습니다. 대표 주자인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 7월 39억 3000만 원에 실거래가 체결됐으며, 현재 시장 호가는 40억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가 19억 4000만~22억4450만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시세가 분양가의 2배 가까이 뛴 것입니다.
기존 조합원들의 수익성도 돋보입니다. 전용 84㎡ 기준 조합원 분양가가 약 13억5000만원 선이었는데, 조합원 비례율이 무려 258%를 기록했습니다. 비례율이란 재건축 사업 완료 후 조합원이 보유했던 종전 자산의 가치가 얼마나 증대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통 100%만 넘어도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습니다. 258%라는 수치는 정비사업 역사상 손에 꼽히는 높은 수준입니다.
결정적인 호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최근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자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방재정법 및 정비사업 관련 법령에 따라 2017년 12월31일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성공한 방배 5구역, 6구역, 13구역, 14구역 등은 재초환 규제에서 벗어났습니다. 재초환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은 조합원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배동 정비사업만의 경쟁력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배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냉철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신축 입주 이후 방배동의 시세 지도가 다시 그려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 수년간 강남권 주택 시장을 지배해 온 핵심 키워드가 '한강변 프리미엄'이었던 만큼 한강에 직접 접해 있는 반포동이나 압구정동의 시세를 방배동이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착공을 앞둔 구역들이 본격 입주하는 4년 뒤나 후속 구역들이 들어서는 7~8년 뒤 시점을 보면, 방배동 전용 84㎡(국평) 시세는 45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며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10억~11억원까지 치솟으며 정비사업이 멈춰 서는 곳이 속출하고 있지만, 방배동은 그만한 돈을 내고서라도 재건축을 추진할 만큼 투자 가치를 갖춘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