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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자동차는 왜 부탁하며 사야 할까 [정상연의 Car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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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자동차는 왜 부탁하며 사야 할까 [정상연의 Car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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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유통시장의 혁신? 글쎄, 처음부터 그런 거창한 산업의 문제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운명이었던 걸까. 비슷한 듯 다른 불편한 경험이 자꾸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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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에 다니던 시절, 낡은 어머니의 자동차를 바꿔드리는 효도를 하게 됐다. 집 근처 대리점에서 차량을 구매하며 영업사원에게 부탁했다.

    “어머니가 타실 차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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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 어머니를 위한 선물이었다. 나름 무리해서 중형차의 중간 트림을 선택하고 필요한 옵션도 몇 가지 추가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내게 자동차 구매는 손에 꼽을 만큼 큰 소비였다.

    무엇보다 신경 쓰인 것은 선팅이었다. 면역체계가 약하신 어머니가 타실 차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선팅이 좋은 것인지 직접 알아보고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사람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50대의 영업사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고급’ 선팅을 해주겠다고 자신했다. 어머니께서 타실 차이니 더 신경 쓰겠다고 했다.


    당시 나는 은행에서 막 대리로 진급해 일이 많았고, 차량을 직접 인수할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 또래의 영업사원은 차량 인수부터 선팅과 블랙박스 작업까지 알아서 챙겨주겠다고 했다. 경험 많은 영업사원의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놓였다.

    선팅 작업에 시일이 소요돼 주말이 지나고 차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그 주말, 내 차를 수리하기 위해 들른 동네 카센터 옆 선팅숍에서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어머니의 차가 선팅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내 차도 그곳에서 선팅했던 기억이 있어 사장님에게 반갑게 말했다.
    “사장님, 이 차는 저희 어머니가 타실 차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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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사장님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머니 차면 선팅을 좀 좋은 걸로 하시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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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하나였다.

    ‘아, 당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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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하면 선팅 하나가 대단한 사건은 아니다. 자동차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큰돈을 손해 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분명 자동차 가격도 확인했고 계약 조건도 확인했다. 영업사원의 친절한 태도를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에는 가격표도, 비교할 기준도 없었다. 친절한 영업사원을 믿을 수는 있어도, 내가 받은 서비스가 정말 좋은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자동차를 사는 과정에는 가격표만 보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차를 왜 너한테 사야 하는데?
    몇 년이 흘러 자동차 금융 관련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들여다볼수록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깜깜했다.

    같은 차에도 여러 가격이 존재했고, 어떤 판매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건이 달라졌다. 특히 리스·렌트는 차량 가격에 금융 조건과 수수료까지 결합되면서 내가 받은 견적이 정말 합리적인지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구조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돌아왔다. 아버지에게 사업 이야기를 한참 설명했더니 이렇게 물으셨다.

    “그런데 내가 굳이 차도 잘 모르는 것 같은 너한테 차를 살 이유가 뭐냐?”

    아들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할 법한 질문이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꽤 정확한 질문이었다.

    소비자가 차즘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사업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말로 설득하는 대신 직접 리스·렌트 견적을 받아보시라고 했다. 명분도 좋았다. 때마침 아버지는 칠순을 앞두고 계셨고, ‘인생 마지막 차’를 운운하시던 참이었다.

    아버지가 받아온 견적을 확인해보니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 수수료가 반영돼 있었다.

    내 아버지는 판매자 입장에서 꽤 좋은 고객이었을 것이다. 완고하고 고집은 있으시지만 가격표를 놓고 시시콜콜 따지는 것은 멋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노신사. 고가의 차량에 여러 옵션을 선택하고, 수수료도 넉넉하게 남길 수 있는 고객이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꽤 반가웠을 법하다.

    아버지의 견적서를 이번에는 내가 시시콜콜 파헤쳤다. 내가 바꾸고 싶다고 설명했던 시장의 문제가 실제 견적서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제야 아버지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려는지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고 “너한테 차를 살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바로 철회하신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 고르셨던 것과 같은 차를 지금은 합리적인 조건의 장기렌트로 타고 계신다. 아주 만족스러워하시면서 말이다.

    곧 렌트 계약이 만기된다. 아마 조만간 또 한 번 ‘인생의 마지막 차’를 고르시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의 차에서는 소비자로서 불신을 경험했다면, 아버지의 견적에서는 그 불신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확인한 셈이었다.

    50만원을 걸고 ‘가장 싼 투싼’을 찾아봤다
    사업 모델을 찾았다고 모두가 처음부터 같은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내게는 몇 년 동안 고민해온 문제였지만, 새로 합류한 동료에게는 여전히 낯선 문제였다. 자동차 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불투명하다는 걸까.

    (경험에 기반하면)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열린 ‘제1회 장기렌트 견적서 최저가 대회’. 규칙은 간단했다. 투싼 하이브리드 장기렌트 견적 중 월 이용료와 총비용이 가장 저렴한 견적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상금 50만원을 걸었다.

    조건은 같았다. 투싼 하이브리드 기본 트림(추가 옵션 없음), 선납금은 없어야 하고, 5년 약정 기간에 연간 주행거리 2만km. 같은 조건이니 가격도 비슷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
    각자 찾아온 견적의 월 납입금은 약 29만원부터 36만원까지 벌어졌다. 한 달에 7만원 차이다. 얼핏 작아 보이지만 60개월이면 약 420만원이다. 같은 자동차, 같은 계약 조건인데 420만원이 달랐다.



    나름 발품을 팔아 ‘최저가’라고 받아온 견적을 서로 비교한 직원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차량의 성능이 달라진 것도, 옵션이 하나 더 붙은 것도 아니었다. 판매 과정에서 적용되는 수수료 등에 따라 소비자가 만나는 가격이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50만원을 걸었는데 동료들은 420만원의 차이를 발견했으니, 꽤 남는 장사였다.

    좋은 판매자를 만나는 것도 소비자의 몫일까
    그날 이후 멤버들에게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조금 줄었다. 누군가에게 들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 견적을 찾아보고 숫자를 비교하면서 확인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 경험을 함께했던 초기 멤버들 대부분이 지금도 차즘의 주축으로 일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차즘의 시작에는 거창한 산업적 문제의식보다 몇 번의 찜찜한 경험이 먼저였다. 세 경험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자동차의 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왜 소비자가 그 차를 사는 과정에는 ‘이 정도면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할 기준이 없을까.

    물론 판매자의 전문적인 설명과 경험은 복잡한 자동차 구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일까지 판매자의 선의와 ‘운’에 맡겨져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생각해보면 내가 바꾸고 싶었던 것도 결국 이것이었다. 좋은 가격도, 좋은 조건도 누군가에게 부탁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면 했다.

    어머니의 차를 사던 그때는 몰랐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그 한마디가 몇 년 뒤 내가 자동차 금융 회사를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줄은.

    정상연 님은 자동차 리스·렌트 플랫폼 '차즘(Chazm)'을 운영하는 디자인앤프랙티스의 대표다. 차즘은 다수의 금융사·렌터카사 상품을 실시간으로 비교해 왜곡 없는 견적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모빌리티 핀테크 플랫폼으로, 정보 비대칭으로 얽혀 있던 자동차 유통 구조를 데이터로 단순화해 고객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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