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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아마존…테크 기업, 세계 최대 도서전 몰려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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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아마존…테크 기업, 세계 최대 도서전 몰려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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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책을, 어떤 언어로든 들을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지난 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아마존의 오디오북 자회사 오더블이 독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레이철 기아자 오더블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모든 책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이 책의 새 성장동력으로 ‘듣는 책’을 앞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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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세계 최대 도서전에서 오디오북은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출판사와 문학 에이전시들이 신간을 소개하고 판권 상담을 벌이는 전시장 한편에서는 ‘책을 어떻게 소리로 전달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올해 오디오북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전용 비즈니스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오더블을 비롯해 스포티파이, 스토리텔 등 글로벌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음성 기술기업 일레븐랩스까지 관련 업체가 모여들었다.

    불과 이틀 전 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미국 역사학자 질 르포어가 거대 기술기업의 지식 독점을 경고한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AI가 인간의 창작을 위협한다는 우려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독자를 확보하고 시장을 넓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책 읽는 사람은 줄고 AI가 글까지 쓰는 시대. 이들이 주목한 돌파구는 책을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책 읽는 시간까지 바꾼다
    오더블은 이번 도서전에서 내년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5개국에 오디오북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오더블이 그리는 미래는 종이책을 소리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연동해 같은 작품을 눈으로 읽다가 귀로 듣는 ‘리드 앤드 리슨(Read & Listen)’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출퇴근길엔 책을 듣다가 집에서는 눈으로 읽고, 다시 듣던 지점에서 독서를 이어가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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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북은 그동안 독서에 쓰지 않던 시간까지 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오더블이 11개국 청취자 1만8000명을 조사한 결과, 51%는 ‘영상 등 화면을 보는 여가 활동을 의도적으로 오디오로 대체했다’고 답했다. 47%는 ‘오디오 콘텐츠를 들으면서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61%는 ‘오디오북으로 들은 책을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도 읽었다’고 했다. 오디오북이 종이책의 경쟁자이기보다 새로운 독서 수요를 창출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 어린이 오디오 기업 토니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 상품 ‘토니박스’는 작은 캐릭터 인형을 기기 위에 올려놓으면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제품이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어린이도 스마트폰 화면 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세계 누적 판매량은 약 1200만 대. 토비아스 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매출이 8억유로(약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도서전에서 “토니박스를 AI 장난감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경험 자체는 지키겠다는 뜻이다.
    AI로 제작 문턱 낮추고 세계로
    AI는 오디오북 제작의 경제성도 바꾸고 있다. 스웨덴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은 AI 번역을 활용해 장편 시리즈를 여러 언어로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 헬레나 구스타프손 최고콘텐츠·출판책임자는 “8권짜리 시리즈를 6개월 만에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번역과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면서 그동안 해외에 소개하기 어려웠던 작품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AI가 만든 오디오북이 모두 독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디오북 플랫폼 북비트에 따르면 올해 자사 플랫폼에 새로 등록된 오디오북 가운데 AI 음성 작품은 7%였지만, 이들 작품이 신규 오디오북 전체 청취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0.4%에 그쳤다. 니클라스 산딘 북비트 CEO는 “지난 1년간 5만여 종의 신작이 출시됐지만, 청취 시작의 85%는 상위 5000종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오더블 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좋아하는 성우가 낭독한 다른 작품을 찾아 듣는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작 문턱이 낮아진 만큼 독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음악 스트리밍으로 성장한 스포티파이도 오디오북에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말까지 서비스를 180개 이상 시장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이 포함된 만큼 국내 독자들도 글로벌 오디오북 플랫폼의 시장 확대 경쟁을 체감하게 될 전망이다. 스포티파이는 음악과 팟캐스트에 이어 책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소비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방대한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책을 읽지 않던 사람까지 독자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서점이 아니라 음악 앱에서 책을 발견하고, 음악을 듣듯 책을 듣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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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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