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년의 역사를 가진 헬스·뷰티(H&B)스토어가 있다. 영국 부츠(Boots)다. 일반 뷰티 제품뿐만 아니라 상주 약사를 통한 약국 제품 구매도 가능한 게 부츠의 장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뷰티약국’의 시초다. 그런데 최근 부츠의 주인이 또 바뀔 예정이다. 미국 사모펀드 시카모어파트너스가 모회사인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를 인수한 지 약 1년 만에 캐나다 웨스턴 가문에 다시 매각하기로 했다. 운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매각 차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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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며 촘촘한 유통망을 구축했지만 더딘 리뉴얼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한 소형 점포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부츠가 처한 현실은 올리브영, 세포라 등 주요 H&B스토어도 겪을 수 있는 미래다.
◆ 또 주인 바뀌는 부츠, 이번이 4번째
영국 최대 약국 체인 부츠가 다시 새 주인을 맞는다. 지난 10월 7일(현지 시간) 위팅턴인베스트먼츠는 부츠를 약 89억달러(약 12조원)에 인수했다. 위팅턴인베스트먼츠는 캐나다 대표 약국 체인 쇼퍼스드러그마트를 소유한 웨스턴 가문의 지주회사다. 미국 사모펀드 시카모어파트너스가 지난해 부츠의 모회사 WBA를 인수한 지 약 1년 만의 재매각이다. 거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2027년 1분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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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팅턴인베스트먼츠 회장 게일런 웨스트는 “우리는 안정적인 장기 소유 구조와 추가 자본 투자, 고객 서비스 개선을 통해 부츠를 더 발전시킬 의미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시장 기대는 크다. 유통 전문가로 불리는 리처드 하이먼 애널리스트는 “수십 년 만에 부츠가 맞이한 가장 기대되는 소유주”라고 평가했다.
부츠 주인이 바뀐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년간 벌써 4번째 변화다. 2007년 얼라이언스부츠(Alliance Boots) 주주들은 스테파노 페시나 컨소시엄과 미국 사모펀드 KKR에 부츠를 넘겼다. 거래 금액은 111억파운드(당시 약 20조원)에 달했다.
5년 뒤인 2012년 페시나와 KKR 측은 미국 WBA에 지분 45%를 67억달러(약 7조5000억원)에 매각했다. 2014년에는 잔여 지분 55%를 추가로 사들이며 완전한 주인이 됐다. 당시 매각가는 153억달러(16조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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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시카모어와 페시나 측이 100억달러(약 14조원)에 WBA 전체를 인수하며 주인이 또 바뀌었다.
◆ 약점은 ‘너무 많은 점포·각기 다른 운영’
부츠의 경쟁력이 약화한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20년간 소유주가 꾸준히 바뀌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포 개발 타이밍을 놓치거나 사업을 키우지 못했다. 결국 WBA는 2022년 포트폴리오 재편과 자금 확보를 위해 부츠를 100억파운드(약 16조원)에 매각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주요 인수후보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종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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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방안으로 상장이 거론됐다. 2024년 약 70억파운드(약 12조원)의 기업가치로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중단됐다. WBA가 원하는 기업가치와 시장이 바라보는 시각 사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WBA는 실적 개선을 위해 비효율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 2164개에 달했던 점포를 300개가량 줄였다. 최근 부츠 점포 수는 1800개다. 그 결과 부츠의 2025 회계연도(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31일) 매출은 전년 대비 3.2% 오른 75억4500만파운드, 영업이익은 29.6% 개선한 3억55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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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부츠는 여전히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별 경쟁력 격차가 벌어지며 소비자에게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 2023년부터 180개 이상의 매장을 리뉴얼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한 반면 일부 소형 점포는 수십 년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상품 구성 변화가 없고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일부 매장의 방문객은 크게 줄었다. 매장별 상품과 서비스 수준이 달라지면서 브랜드의 일관성이 약해졌다. 노후 점포의 고객 유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점포 전략이 브랜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올리브영·세포라도 겪을 수 있는 문제
부츠의 점포 경쟁력 격차는 올리브영, 세포라 등 현재 업계 선두를 유지하는 H&B스토어도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올리브영은 2025년 말 기준 1381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세포라의 글로벌 매장 수는 3400개에 달한다.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와의 접점은 확대되지만 모든 매장의 경쟁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상권에 따라 상품 구성과 시설 관리 등을 다르게 해야 하는 오프라인 점포 특성상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에 점포망 경쟁은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1600개 점포를 운영하는 미국 울타뷰티는 올해 8월 실적 발표에서 기존 영업권역 내 신규 점포 출점, 경쟁 심화 등이 기존점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점포 관리 중요성을 알고 있다. 올리브영은 올해 비수도권 신규 출점과 리뉴얼, 물류 인프라 강화 등에 1238억원을 투입한다. 매장 확대와 함께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세포라도 마찬가지다. 세포라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 아르테미스 패트릭은 지난해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에 일관성이 있지만 매장 환경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일부 매장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게 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리뉴얼 작업은 2029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세포라는 먼저 개선한 111개 매장에서 거래 건수, 생산성, 매출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매장별 경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매장 환경을 개선하는 투자가 실제 영업 성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