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서울 광진구 한 신축 아파트의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입주자가 한강이 보이는 주택 내부를 배경으로 고가 가구, 가전과 일상을 SNS에 공개한 모습을 문제 삼았다. 비판은 공공 지원을 받는 임대주택 제도의 적절성 그리고 입주자의 소비와 저축 습관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임대주택을 소재로 SNS 콘텐츠를 제작하고 물품 등 협찬을 받은 행태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지은 집에 사는 입주자가 그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검증하고 나선 것이다.
비교할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과거부터 있던 일이다. 요즘 들어 달라진 것은 비교할 수 있는 사람과 정보의 범위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지인의 여행지와 소비 생활을,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회사의 연봉과 성과급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처럼 주변 사람이 주된 비교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자신과 나이와 직업이 비슷한 수많은 사람의 학력과 직장, 집, 소비가 스마트폰 화면에 끊임없이 올라온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결혼 준비를 하며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사람이 올린 게시물이 알고리즘을 도배했다”며 “신축 아파트로 신혼집을 구하고 호텔에서 식을 올린 것을 보고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주요 SNS 앱의 총사용 시간은 985억 분으로 4년 전보다 45% 늘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2870만 명,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21시간27분에 달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10시간47분)보다 두 배가량 길었다. 서미혜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SNS를 많이 이용할수록 자신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과 비교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상향 비교는 상대적 박탈감 및 자신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낮은 평가와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할 자격 없다” 비난 정당화
비교는 단순히 ‘나는 저 사람보다 잘살까’에서 끝나지 않는다. 타인이 그 위치에 올라갈 ‘자격’을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는 검증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타인의 ‘흠’을 발견하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에 서서 타인에 대한 비난을 정당화한다.ADVERTISEMENT
지난해 ‘나는솔로’ 출연자의 직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출연자가 대기업 브랜드전략실에 근무한다고 소개하자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같은 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이용자들이 정규직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 작성자는 고용 형태를 문제 삼은 뒤 “인성이 다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고용 형태로, 무슨 일을 하는가’까지 평가해 비난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 선경 롱게스트도 방송 속 몇 장면을 계기로 집단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팀전에서 다른 출연자와 요리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공개된 뒤 일부 시청자는 그의 SNS와 유튜브 채널을 찾아가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한 영상에는 8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비판은 방송 속 태도를 넘어 그가 ‘백수저’로 출연할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한 번의 논란이 그동안 쌓은 경력 전체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비교’가 ‘저격’으로 넘어갈 때

‘검증’이 틀려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도 흔하다. 지난 8월 말 서울 남산3호터널에 흰색 차량이 멈춰 있고 흰옷을 입은 여성과 정장 차림 남성이 서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게시자는 이들이 차로를 막고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남산터널 민폐 웨딩 촬영’이라는 설명과 함께 빠르게 확산했다. 실제로 이들은 대학원 졸업식에 가던 중 차량이 고장 나 밖으로 나와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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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충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 욱일기가 걸렸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름과 직업이 같은 다른 사람이 잘못 지목됐다. 무관한 의사가 근무하던 병원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마비됐고 항의 전화도 이어졌다. 행동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검증이 엉뚱한 사람을 향한 집단 공격으로 번진 것이다. 잘못된 저격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장애 아이를 태운 차량을 불법 주차라며 유튜브에 저격 영상을 올린 유튜버 정모씨에게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온라인 저격에는 경제적 보상까지 붙었다.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장원영 등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를 비방하는 허위 영상을 반복적으로 올려 약 2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튜버 구제역은 2023년 유튜버 쯔양에게 탈세와 사생활 의혹을 공론화하지 않는 대가로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고, 올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누구나 형식에 제약을 받지 않고 SNS에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게 되면서 맹목적 비난이나 과도한 저격 같은 부작용이 함께 커졌다”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플랫폼과 이용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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