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거센 매도 공세를 버텨내던 개인투자자의 '실탄'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코스피 6000선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대금까지 급감한 상황에서 추가 하락을 막아낼 매수 주체가 마땅치 않아 증시의 수급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지난 5~6월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1조원 이상 순매도한 날은 총 26거래일이었다. 이 가운데 코스피가 하락한 날은 11일에 그쳤고 15일은 오히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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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대 매물이 나온 날에도 지수는 비교적 견조했다. 지난 5월13일 외국인이 3조7227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는 2.63% 상승했다. 같은 달 18일 3조6492억원 순매도에도 0.31% 올랐고, 6월30일에는 외국인이 3조7992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지수는 도리어 0.97%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9월14일 외국인이 3조3375억원을 순매도하자 코스피는 3.26% 하락했고 같은 달 28일에도 3조2682억원 매도에 2.70% 밀렸다. 9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한 15거래일 중 14일 코스피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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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국내 투자자의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하루 1조원 이상 순매도한 날 개인의 순매수는 지난 5~6월 하루 평균 3조5620억 원에 달했지만 9~10월에는 1조5450억원에 그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기관도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5~6월 기관은 하루 평균 28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9~10월에는 39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물이 나올 때 개인과 기관이 함께 받아내던 상반기와 달리 최근에는 국내 매수 주체의 힘이 동시에 약해진 셈이다.
증시 전체의 거래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 5~6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0조3000억원이었지만 9~10월에는 21조4000억원으로 57% 감소했다. 지난 5월29일 거래대금이 80조3000억 원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은 고점 대비 70% 넘게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이 이미 상당한 자금을 증시에 투입한 만큼 추가 매수 여력이 극도로 떨어져 반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개미가 7000~8500선에서 물려 있는데 7월15일(7284.41) 이후 종가 기준 7100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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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증권은 개인이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 원을 증시에 투입했고 투자 자금으로의 이동으로 가계·비영리단체의 유동성 자산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국내 기관 모두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격의 변동 폭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기 전까지 증시의 추세적인 반등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 등 기관이 잠재적인 매수 주체로 거론되지만 국내 주식 한도를 상당 부분 채운 상태여서 대규모 추가 매수에 제약이 따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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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연기금은 9월(4331억 원)에 이어 이달에도 390억 원을 팔아치웠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좋은 실적은 하락의 하단을 만들 수 있지만 새로운 매수 주체가 없으면 상승 추세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사 한 임원은 "외국인 매도세를 받아낼 국내 수급의 완충 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며 "개인은 가용 투자자금을 상당 부분 소진했고 기관마저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수급 공백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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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거래대금 급감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만큼 시장의 위험 선호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신호"라며 "외국인 매도 압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코스피 6000선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