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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은 텍사스로, 상장은 여전히 뉴욕…‘욜스트리트’의 첫 성적표 [허란의 텍사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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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은 텍사스로, 상장은 여전히 뉴욕…‘욜스트리트’의 첫 성적표 [허란의 텍사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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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지역은행 오리진뱅코프가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텍사스증권거래소(TXSE)에서 첫 거래를 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을 떠나 텍사스로 ‘본적’을 옮긴 일곱 번째 기업이다. 지난 5일 미국 최대 파이프라인 기업 중 하나인 에너지트랜스퍼 계열 4곳과 백화점 딜라즈가 처음 옮겨 왔고 8일 텍사스캐피털이 뒤를 이었다. 19일엔 산업재 기업 CECO엔바이런멘털이 합류한다.

    지난 7월 거래를 시작한 TXSE는 9월 16일 첫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10월 5일 첫 기업 상장에 이어 내년 1분기 첫 기업공개(IPO) 유치를 노린다. 텍사스 연고 기업을 중심으로 ‘잔칫상’이 차려진 가운데 남은 숙제는 연고 없는 기업도 이곳을 선택하느냐다.

    ◆월가에 매기려던 세금, 텍사스는 헌법으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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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 금융가는 미국 남부 사투리 Y’all(You all의 줄일말)에서 따와 ‘욜스트리트(Y’all Street)’로 불린다. 뉴욕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 빗댄 별명이다. 그 상징이 지난해 9월 증권거래위원회(SEC) 인가를 받은 TXSE다.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저지주가 금융거래세를 추진하자 NYSE는 전산 시스템을 댈러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며 맞섰다. 세금도 이전도 없던 일이 됐지만 거래소가 꼭 뉴욕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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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사스 휴스턴 출신 금융인 제임스 리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 리먼브러더스를 거쳐 모멘텀증권을 이트레이드에서 전자거래를 이끈 그는 2023년 TXSE그룹을 세우고 이듬해 블랙록과 시타델증권 등에서 1억2000만달러를 모았다. 텍사스가 2022년 ‘화석연료 보이콧 금융사’로 낙인찍었던 블랙록도 거래소 초기 투자자로 나섰다. “미국 상장사 열 곳 중 한 곳이 텍사스에 본사를 두며 텍사스의 금융 종사자가 이미 뉴욕보다 많다”는 게 리 TXSE 최고경영자(CEO)의 논리였다. 누적 투자금은 4억3000만달러로 불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워싱턴과 월가의 무거운 규제 부담에서 벗어날 길”이라며 힘을 실었다.

    텍사스는 더 나아가 지난해 11월 주민투표로 증권거래와 거래소에 대한 세금을 금지하는 조항을 주 헌법에 넣었다. 뉴욕이 세금을 매기려 할 때 텍사스는 헌법으로 막은 셈이다.

    ◆법원·회사법·거래소 ‘3종 세트’



    거래소는 텍사스가 공들여 온 친기업 정책의 마지막 퍼즐이다. 시작은 법원이었다. 텍사스는 2024년 9월 기업 분쟁 전담 ‘텍사스 비즈니스법원’을 댈러스, 휴스턴, 오스틴, 포트워스, 샌안토니오 5곳에 열었다. 미국 기업 소송의 본산인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맞서기 위해서다. 항소심은 오스틴에 새로 세운 제15항소법원이 맡는다. 지난해엔 일부 사건의 소송가액 기준을 10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로 낮췄다.

    올 4월까지 409건이 접수됐고 첫 출석부터 재판까지 평균 1년이 걸렸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 7월 2년 임기의 판사 10명을 모두 재임명하며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로 텍사스를 택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은 비상장사 간 계약 분쟁이 대부분이다. 상장사 주주가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미 있는 선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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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듬해엔 회사법도 고쳤다. 계기는 테슬라였다. 2021년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긴 테슬라는 2024년 델라웨어 법원이 일론 머스크의 보상 패키지를 무효로 하자 법인까지 텍사스로 옮겼다. ‘델라웨어 탈출(DExit)’ 바람이 불자 텍사스는 지난해 5월 회사법(SB 29)을 고쳐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경영판단 원칙’을 법에 못 박고 상장사가 지분 3% 이상 주주만 주주대표소송을 낼 수 있도록 정할 수 있게 했다. 테슬라는 법 시행 이튿날 이 요건을 도입했다.

    같은 달엔 주총에 안건을 올리는 주주제안도 지분 100만달러 또는 3% 이상 보유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할 길을 열었다. 주주제안 제한은 텍사스 법인이라면 본사가 다른 주에 있어도 텍사스 거래소에 상장하면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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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과 델라웨어는 행동주의 펀드와 주주 소송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구조다. 텍사스는 경영진 판단을 존중하고 ‘소송꾼’을 걸러내겠다는 쪽이다. 기업엔 소송 부담이 줄지만 소수 주주의 견제 수단은 좁아진다.

    ◆첫 손님은 ‘집안 식구’


    TXSE가 노리는 건 이중 상장이 아니라 본적 이전이다. 시가총액 1000억달러 이상 초대형주에만 이중 상장을 허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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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지금까지 온 기업이 ‘집안 식구’라는 점이다. 에너지트랜스퍼의 켈시 워런 회장은 TXSE 지주사 대주주다. 텍사스캐피털 CEO는 거래소 자문위원이고 10월 7일 NYSE에 본적을 둔 채 이중 상장한 찰스슈왑은 초기 투자자다.

    블룸버그는 상당수 기업이 관망 중이라고 전했다. Cboe 집계로 10월 12일 기준 최근 5거래일 미국 주식 거래량에서 TXSE 비중은 0.17%에 그쳤다. 거래량이 적어 투자자가 안 오고 투자자가 없어 거래량이 안 느는 ‘닭과 달걀’ 문제다. 한 로펌 변호사는 텍사스 기업이라도 NYSE·나스닥에 남은 채 이중 상장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래도 판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포천500 기업의 3분의 2가 법인을 둔 델라웨어주는 기업 이탈이 이어지자 지난해 3월 회사법(SB 21)을 고쳐 대주주와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 소송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주주가 소송과 표결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주주 자본주의’가 표준이었다. 텍사스는 그 저울추를 경영진 쪽으로 옮기고 있다.

    다만 주주들은 신중하다. 지난해 11월 테슬라 주총에선 이사회가 주주제안 문턱을 높이려면 먼저 주주 승인을 받으라는 안건이 48.8%의 찬성을 얻었다. 간발의 차로 부결됐지만 주주 절반이 이사회의 일방적 결정을 경계한 셈이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엑슨모빌은 올 7월 법인까지 텍사스로 옮기면서도 주주권을 약화시키는 조항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상장은 NYSE에 그대로 뒀다. 텍사스 법은 택해도 텍사스 거래소는 아직이라는 얘기다.

    [돋보기] 금융 거점 된 댈러스…거래소 승부수 통할까


    댈러스 욜스트리트의 부상은 정부가 깐 판 위에서 기업이 이끌었다. 주 소득세가 없는 텍사스에 대기업 본사가 몰리자 은행이 따라왔다. JP모간의 댈러스 직원은 2003년 4000명에서 올해 1만8500명으로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2028년 문을 열 5000명 규모 캠퍼스를 짓고 있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댈러스 금융권 일자리는 2020년 2월 이후 23% 늘어 뉴욕시(6%)를 크게 앞질렀다.

    다만 거래소는 다른 문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뉴욕에 없는 선물이라는 상품으로 살아남았다. TXSE가 파는 건 뉴욕과 같은 주식 상장이다. 보스턴·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는 2008년 나스닥에, 시카고증권거래소는 2018년 NYSE 모회사에 흡수됐다. 그 시카고증권거래소가 지난해 댈러스로 옮겨 온 게 NYSE텍사스다.

    TXSE가 내세우는 건 회사법, 법원과 연계한 ‘경영진 친화’ 지배구조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송을 꺼리는 기업엔 뉴욕이 줄 수 없는 상품이다. 시카고가 선물을 팔았다면 텍사스는 ‘규칙’을 파는 셈이다.

    허란 UT 오스틴 방문연구원(한국경제 기자)

    ※본 기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방문학자 연구 과정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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