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가 1년 만에 20% 넘게 오르면서 청약시장의 전통적인 인기 면적이던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자금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는 소형 아파트로 이동한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는 희소성이 높은 대형 주택에 몰리면서 면적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14일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654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71만원보다 22.2% 올랐다.
ADVERTISEMENT
분양가 상승의 충격은 서울 국민평형 청약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전용면적 60~85㎡ 이하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4648만원에서 올해 5761만원으로 23.9% 상승했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청약자들은 면적을 줄였다. 올해 서울에서 접수된 청약 14만5736건 가운데 전용 60㎡ 이하에 11만6305건이 몰렸다. 전체 청약의 79.8%로, 청약자 10명 중 8명이 소형을 선택한 셈이다. 지난해 소형 청약 비중은 60.6%였다.
ADVERTISEMENT
반면 전용 60~85㎡ 이하 청약 비중은 지난해 35.5%에서 올해 11.5%로 23.9%포인트 급감했다. 접수 건수도 9만8088건에서 1만6799건으로 줄었다. 총분양가 부담이 커지면서 실수요자가 국민평형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문턱이 낮은 소형에 하향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랩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건자재·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아파트 청약자의 면적 선택에도 민감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총분양가 부담이 늘면서 실수요자들이 '국평' 청약을 포기하고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하향 지원하거나 대출 규제 속에서 청약 면적 선택을 축소하고 있다"고 했다.
소형 주택의 가격 경쟁력도 부각됐다. 올해 서울 전용 60㎡ 이하의 3.3㎡당 분양가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 5839만원보다 0.4% 낮아졌다. 3.3㎡당 가격은 국민평형보다 높았지만 면적이 작은 만큼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체 분양대금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용 60㎡ 이하 청약 비중은 지난해 21.0%에서 올해 33.6%로 12.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용 60~85㎡ 이하 비중은 74.3%에서 56.6%로 17.6%포인트 떨어졌다.
ADVERTISEMENT
함 랩장은 "평면 설계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형 아파트의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 점도 소형 청약 비중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가구 분화와 1~2인 가구 증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약자가 작은 집으로만 몰린 것은 아니다. 서울과 인천에서는 분양가가 크게 오른 대형 주택의 청약 비중이 오히려 확대됐다.
ADVERTISEMENT
서울 전용 85㎡ 초과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3987만원에서 올해 6946만원으로 74.2% 급등했다. 그런데도 청약 접수는 1만785건에서 1만2632건으로 늘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9%에서 8.7%로 높아졌다.
인천의 대형 주택 분양가는 같은 기간 3.3㎡당 1774만원에서 3340만원으로 88.3% 올랐다. 대형 청약 접수는 2422건에서 1만1810건으로 약 4.9배 증가했다. 전체 청약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6%에서 28.6%로 뛰었다.
ADVERTISEMENT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과 인천의 일부 랜드마크 단지를 중심으로 대형 면적의 공급 희소성과 고급화 가치가 부각된 결과로 분석된다. 대형 주택에 추첨제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청약 수요를 끌어들인 요인으로 꼽힌다.
함 랩장은 "고분양가에도 시세 차익 기대감이 높은 핵심 입지나 희소성이 돋보이는 대형 주택은 분양가 저항을 뚫고 높은 경쟁률을 유지했다"며 "실수요자는 가성비 높은 소형으로, 고자산가는 희소성 높은 대형으로 나뉘는 청약 양극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