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 구로구 고척동 148의 1 일대 고척제4구역은 부지 절반가량이 공장이었다. 당시 정비업체는 “노후 건축물이 많고 폐기물 하차장 같은 곳이어서 사업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는 지하 3층~지상 25층, 10개 동, 983가구의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5월 일반분양 576가구가 완판됐고 2028년 8월께 준공될 예정이다.박경순 고척제4구역 재개발조합장(68·사진)은 남성이 주를 이루는 정비사업 현장에서 보기 드문 ‘여성 조합장’이다. 설계·건축업계나 건설회사 출신도 아니다. 박 조합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낡은 빌라 한 채를 새 아파트로 바꾸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정비사업을 공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역 내 땅을 사두라는 권유도 거절했다. 그는 “욕심을 내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 일을 못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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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조합장 일은 ‘인생 2막’이다. 17년간 식당을 운영한 박 조합장은 2011년 주민 대표로 추대된 뒤 2012년 추진위원장, 2015년 조합장을 맡았다. 통장과 부녀회 활동으로 쌓은 평판이 추천 배경이 됐다. 55세부터 재개발을 공부해 주거환경정비사 자격을 취득하고 정비사업 아카데미도 수료했다. 직접 주민들도 설득했다. 박 조합장은 “외부 용역 없이 17개월간 혼자 발로 뛰며 동의서를 받았다”고 했다.
2019년 4월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시 3.3㎡당 450만원이던 공사비는 705만원으로 올랐지만 조합원 분담금은 늘지 않았다. 추정 비례율(개발이익률·정비사업 후 자산가치를 종전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을 보수적으로 낮게 잡은 데다 일반분양이 완판되면서 수입이 뒷받침됐다. 전용면적 26㎡ 빌라를 보유한 조합원은 별도 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 전용 59㎡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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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약점은 설계로 보완했다. 지상에 차량이 다니지 않도록 하고 최상층에는 도심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를 넣었다. 젊은 세대 유입을 고려해 보육·교육 특화시설도 마련했다.
박 조합장의 ‘소통 리더십’은 건설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고척1동 주민자치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근 주민의 민원을 듣고 대응했다. 현장 한쪽에 텃밭을 조성한 뒤 채소를 길러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추석에는 현장 근로자에게 떡을 돌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 직원을 가족처럼 챙긴다”며 “주택 현장 가운데 근무환경이 가장 좋은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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