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어쨌거나 허구의 이야기예요. 그런데 요즘 영화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 상처가 표현이 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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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 나선 정주리 영화감독은 “영화는 영화”라면서도 영화 제작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과 관련해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영화예술의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다.
정 감독은 이날 “저 역시 실제사건으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을 만나봤고, 실제 사건도 영화로 만들어지는 순간 허구가 된다는 태도가 흔들린 적은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위축이 된다”고 했다. 이어 “영화의 이야기로 받은 상처가 표현될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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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단체가 지난 4일 ‘암살자(들)’ 주연인 배우 유해진의 서울 성북구 자택 앞에서 상영 중단 요구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최근 영화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과 주연 배우 등 제작진 개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정 감독은 그러면서도 영화를 만드는 책임감도 강조했다. 창작의 틀 안에서라면 다양한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가 어떤 이야기에서 길어올려졌건 간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을 진다”며 “관객은 비판을 할 수도, 공감을 할 수도 있고, 그런 다양한 의견을 기대하며 만든다”고 했다.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은 “영화를 둘러싼 (논란의) 내용은 들었는데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관객이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고 했다. 장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는 등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다.
다만 장 감독은 예술 영역에서 창작의 자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창작이 반드시 진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옛날 이야기인 역사를 영화라는 예술형식을 빌려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는 흥미로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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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논란은 전날 개막한 BIFF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역사왜곡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계속되면서 ‘암살자(들)’ 측이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주연 배우 무대인사 등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했다. 유해진은 이날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2026 부일영화상’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지만, 불참키로 했다.
다만 BIFF 집행위원회는 ‘암살자(들)’ 논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전날 개막작인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상영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에게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지만 영화제 측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집중하려 한다”며 답변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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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상력과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내용이 역사적 왜곡이 맞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국민과 관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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