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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다 모인 파리에 편집숍 낸 뒤 "차근차근 13년"…한섬의 '뚝심 투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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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다 모인 파리에 편집숍 낸 뒤 "차근차근 13년"…한섬의 '뚝심 투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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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명품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장기적인 행보로 봐 달라."

    한섬 관계자는 6일 대표 브랜드인 타임의 파리 패션위크 공식 캘린더 등재 소식을 전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한섬은 현지시간으로 전날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타임의 2027년 봄·여름(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올해 3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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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섬 해외 사업의 중심은 파리다. 한섬은 2013년 프랑스 현지 법인을 세운 뒤 편집숍 운영과 패션위크 참가, 자체 브랜드 매장 개설을 차례로 추진해 왔다. 대표 여성복 브랜드 타임을 앞세워 파리를 기반으로 해외 판로를 넓히는 행보다.

    타임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의류와 잡화 200여종을 선보였다. 저온 염색 기법, 실크와 주름 원단을 적용한 제품과 이목하 작가 협업 제품도 포함했다. 한섬은 이번 컬렉션을 내년 봄·여름 국내 타임 매장과 파리 매장 5곳, 미국·프랑스 편집숍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한섬은 파리에서 공개한 컬렉션을 해외 거래처와 국내 매장에 함께 공급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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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패션업계는 중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하나인 만큼 패션업계에서도 중국 시장을 확보해야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다만 한섬은 중국 판매 확대보다 파리를 중심으로 브랜드 위상과 해외 유통망을 다지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섬도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한섬은 2011년 주요 브랜드의 중국 사업권을 SK네트웍스에 넘겼고, 2012년 타임과 마인 등을 중국 백화점에 선보였다. 그러나 중국 법인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섬이 지난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법인 매출은 2352만원, 순손실은 4억509만원이었다.


    이후 한섬은 중국 시장에서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스타 마케팅으로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보다 프랑스 투자에 집중해 왔다. 현지 법인 설립 이듬해 파리 마레지구에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파리'를 열었다. 이곳에서 여러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며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파악하고 해외 바이어와의 접점을 넓혀왔다.

    파리는 각국 유통업체와 바이어가 모이는 패션 중심지다. 한섬이 파리에서 상품을 선보이고 공급 계약을 확보하면 국가별로 직접 매장을 출점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판매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편집숍에서 자체 매장으로…파리 투자 방식도 변화
    한섬의 파리 사업 방식은 단계적으로 바뀌었다.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했다. 편집숍을 통해 현지 시장을 관찰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컬렉션을 글로벌 바이어에게 직접 제시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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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6월엔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을 시스템·시스템옴므 플래그십스토어로 전환했다. 한섬이 해외에 자체 브랜드 단독 매장을 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시스템·시스템옴므 플래그십스토어는 2개 층, 총 470㎡ 규모다. 플래그십스토어에는 현지 고객 판매 기능뿐 아니라 글로벌 쇼룸, 온라인 주문 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 역할도 맡겼다.

    한자체 브랜드 단독 매장 전환은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직접 검증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편집숍에서는 여러 브랜드 중 하나로 상품을 판매하지만 단독 매장에서는 상품 구성과 가격, 매장 공간을 모두 자체 브랜드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한국 백화점에서의 입지와 인지도에 기대기 어려운 해외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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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섬은 자체 매장 밖의 판매 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타임 파리는 지난해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시스템옴므는 올해 갤러리 라파예트에 정식 입점했다. 패션위크에서 컬렉션을 공개하고, 팝업으로 현지 판매 가능성을 확인한 뒤 백화점 상설 매장으로 판매 접점을 늘려가는 방식인 셈이다.

    타임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 기획을 별도로 추진했다. 한섬은 2023년 글로벌 시장용 신규 라인을 발표했고, 2024년부터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올해 3월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 등재는 상품 개발과 영업망 구축을 이어온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해외 진출의 출발점이라기보다, 한섬이 해외 판매 기반을 마련한 뒤 확보한 '발표 무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3년 투자 성적표…이제는 수익성 증명할 때
    브랜드 노출과 판매처 확대가 투자 회수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한섬파리 매출은 10억5만원으로 전년 동기(7억2819만원)보다 약 37% 늘었다. 같은 기간 한섬파리 순손실은 8억3643만원에서 10억7214만원으로 확대됐다. 매출은 늘었지만 순손실 규모가 매출액보다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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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섬은 올해 상반기에도 한섬파리에 약 8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한섬은 해외 거점 운영을 위해 본사 자금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 초기에는 현지 시장을 파악하기 위한 비용이었다면, 자체 매장과 백화점 판매망을 갖춘 현재는 거래처 재주문과 수익성 개선으로 투자 효과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다만 파리 법인 손익만으로 해외 사업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본사가 체결한 수출 거래와 파리 컬렉션의 국내 판매 효과가 한섬파리 실적에 모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섬파리의 현지 매장 손익과 한섬 본사의 수출 실적을 나눠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한섬의 전략은 해외 매장 수를 단기간에 늘리는 방식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업체를 확보하는 데 '긴 시간'을 투입한 선택이다. 한섬이 13년 동안 구축한 파리 거점은 타임과 시스템의 해외 판매 채널로 연결되고 있다. 다음 성적표는 패션위크 참가 횟수보다 거래처 재주문, 상설 판매처 확대, 한섬파리 손실 축소가 될 전망이다.

    한섬 관계자는 "30년간 국내 여성 패션 시장을 선도한 업력과 10여년간 쌓아온 글로벌 시장 진출 노력을 바탕으로 타임 등 브랜드를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퀀텀점프시키는 게 목표"라며 "한섬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리프레이밍해 지속 성장과 신규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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