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 직후 일부 선수의 병역 특례 관련 발언에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의 감축·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체육·예술 병역특례 제도가 존폐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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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하는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병역 의무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존중하고 숭고하게 생각해야 할 신성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과 예비군의 헌신이 국민 모두에게 존중받고, 병역 의무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사회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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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 직후 불거졌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취재진에 "군대 안 간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고 군 면제 하나만을 보고 경기한 것 같다"고 했다. 박승수는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역모를 쓴 사진을 게시했다.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의 의미보다 병역 혜택을 앞세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과거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의 소감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은 손흥민은 당시 "국민들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지금 내가 메달을 걸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국민들의 금메달"이라며 영광을 국민에게 돌렸다. 경기 뒤에는 후배들에게 "금메달 땄다고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라"고 당부했다고도 했다.
경솔한 대표팀의 언행에 체육계 수장도 고개를 숙였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대회 폐막일인 4일 일본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개성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소통 방식, SNS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특히 어린 선수일수록 국가대표답게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선수단 해단식에서도 "일부 선수의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국군 장병 여러분께 체육회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도 국가대표 소양·윤리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제도 개편 요구가 이어졌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병역특례 폐지와 관련해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력 숫자가 절벽에 이른 상황인 만큼 예술·체육 분야를 모두 포함해 특례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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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대단한 성취이고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금메달에 대한 축하와 병역특례는 다른 문제"라며 "시대가 달라진 만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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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도 제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논란을 몇몇 선수의 말실수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며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시대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따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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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종목별 경쟁 수준과 국제적 위상 등을 종합해 기준을 재설계하고 제도를 유지한다면 상응하는 복무와 공적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방위 소속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병역특례를) 줄이는 쪽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방위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난 국정감사 때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4일 "2030 청년 세대가 'BTS도 군대에 가는데 아마추어 선수 이기고 군 면제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육·예술 병역특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다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를 욕보이고 군대를 혐오하는 국가대표에게 군 면제는 가당치도 않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은 모두 호구인가?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며 "며칠 전 서부전선에서 북한의 지뢰로 군장병이 발목을 잃었다. 대한민국을 위해 위험지역을 수색하다가 다친 참변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희생을 두고 해야 할 말"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는 1973년 유신 체제 당시 국제대회 성과를 통한 국위선양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53년이 지나는 동안 저출생에 따른 병력 자원 감소와 병역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국방부가 제도 개편 방침을 공식화하고 여야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체육·예술 병역특례 손질은 국방개혁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