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밤 중국 상하이에서 폐막한 제48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개최국 중국은 금메달 4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4개를 휩쓸며 금메달·메달 총수·단체 종합점수 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전체 64개 종목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다. 2위 한국(금4·은14·동6)과 금메달 격차는 10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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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첫 출전 때 용접 은메달 1개에 그쳤던 중국은 이번 대회로 5회 연속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전 세계 68개국과 지역 선수 1385명이 64개 종목에서 벽돌쌓기·기계가공·철도차량 정비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숙련도를 겨뤘다. 중국은 컴퓨터 수치제어(CNC) 밀링에선 6연패, 벽돌쌓기와 의상기술은 5연패를 달성했고 전기설비와 전자기술, 자율이동로봇도 4연패를 달성했다.
중국 지방정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생산성을 높이는 건 사실이지만 숙련 기술자는 그 시스템을 실제 공장에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AI가 숙련 훈련을 강화하고 있지만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인간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올림픽 금 41개 휩쓴 中
6일 중국 현지 매체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은 기능올림픽을 엘리트 스포츠처럼 운영하고 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서는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가 253개 직업학교와 대학, 기업 등에 64개 종목 375개의 국가대표 훈련기지를 지정했다. 각 기지에는 정부가 정책과 인력, 물자, 재정을 지원하고 종목별 주관기지가 국가 지원금 배분과 합숙훈련까지 책임졌다.ADVERTISEMENT
유망 선수를 지방대회와 성급대회, 전국대회를 거쳐 걸러낸 뒤 전문 코치와 역대 우승자를 붙여 기술뿐 아니라 체력과 심리까지 훈련했다.
훈련 강도는 국가대표 선수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기능올림픽 철도차량기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고 전체 참가자 중 최고점을 받은 20세 허샤오만은 창춘의 훈련기지에 매일 오전 7시 들어가 밤늦게까지 하루 14시간 이상 훈련했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겨울에도 훈련을 이어갔다.
여성 선수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근력을 보완하기 위해 상체 근력훈련을 별도로 하고 차량 덮개 탈착과 배선, 고장 진단을 수없이 반복했다. 결국 신설 종목인 철도차량기술에서 금메달과 대회 최고 득점자에게 주는 앨버트 비달상을 동시에 받았다.
이 종목은 철도차량의 점검, 유지보수, 분해·조립, 수리, 시운전, 고장 진단 능력을 겨룬다. 고전압 집전·견인 시스템, 제동장치, 출입문, 대차, 냉난방 시스템 등 실제 철도차량 유지보수에 필요한 복합 기술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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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보상도 파격적이다. 선전시는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선수에게 100만위안(약 2억원), 은메달 60만위안, 동메달 40만위안을 지급한다. 국가대표 선수와 전문가·코치진에도 별도의 보상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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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는 2024년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각각 30만위안을 지급하고 최고 수준의 직업기능등급인 고급기술자로 승급시켰다. 또 공학 분야 고급 엔지니어급에 해당하는 부고급 전문직 심사에도 예외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비베이징 호적 선수에게는 인재 유치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금메달을 배출한 국가대표 주훈련기지에도 종목당 50만위안을 지급했다.
피지컬AI 시대, 더 중요해진 숙련공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국가적인 역량을 쏟고 있는 중국이 이렇게 사람이 직접 기계를 고치고 벽돌을 쌓는 기능올림픽에 집착하는 배경엔 제조업에 대한 중국식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정부 관계자들도 중국이 원하는 건 단지 메달 자체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직업학교와 공장 노동자를 낮게 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제조업 고도화에 필요한 숙련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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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AI가 공장을 자동화할수록 사람의 기능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을 설계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만으로 스마트공장이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생산라인에 로봇을 설치하고 시운전하며 센서와 제어장치를 조정하고 예상하지 못한 고장을 찾아내려면 숙련기술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실제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제조와 검사, 유지보수, 물류 등의 실제 현장에 로봇을 배치해 훈련시키면서 핵심기술과 산업 현장 적용 능력을 함께 갖춘 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산업로봇 분야의 인력 부족과 기술 수준 미흡을 공식적으로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인간 숙련공은 피지컬AI가 현실 세계의 공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데이터 생산자이자 교사, 설치자, 유지보수 전문가 역할을 맡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중국의 숙련기술자 부족 규모는 약 1000만명이다. 중국 정부가 2027년까지 첨단제조업과 디지털경제 등을 중심으로 3000만명 이상에게 정부 보조 직업훈련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상하이에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기자에게 "중국은 공격적으로 AI·반도체 인재를 늘리는 있지만 동시에 공장 현장의 기능인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중국이 지향하는 피지컬AI 시대에는 숙련공이 로봇의 작업 데이터를 만들고 현장 적응을 돕는 역할까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제조업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AI 두뇌와 로봇 몸체, 이를 현실의 생산공정에 연결하는 사람의 기술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