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739.95

  • 4.29
  • 0.07%
코스닥

790.11

  • 2.65
  • 0.33%
1/4

‘결국 혼다도 철수’…잘나가던 일본 차, 왜 한국서 밀렸나[자동차 시장 대격변]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혼다도 철수’…잘나가던 일본 차, 왜 한국서 밀렸나[자동차 시장 대격변]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커버스토리 : 자동차 시장 대격변 '키워드5' : 일본차의 추락]


    ‘기술의 혼다’로 불리던 혼다가 올해 국내 자동차 사업을 철수했다. 한때 수입차를 떠올리면 일본 차가 먼저 언급될 정도로 일본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높은 존재감을 보여왔다. 일본 차를 대표하는 브랜드까지 국내 사업을 접으면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모습이다.

    ADVERTISEMENT


    2008년 일본 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렉서스·혼다·인피니티 등 일본 브랜드 6개 차종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혼다 어코드와 렉서스 ES 등 세단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우며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도 얻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2001년 10.9%에서 2008년 35.5%까지 높아졌다.

    ◆ 한때는 ‘강남 쏘나타’였던 일본 차들

    ADVERTISEMENT



    2010년대 들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을 계기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계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며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일본 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2017년 18.5%에서 2025년 8.6%로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올해 상반기에는 7.2%까지 낮아졌다.

    일본 3대 자동차로 꼽히는 혼다의 자동차 사업 철수도 충격을 안겼다. 2001년 오토바이 판매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혼다는 2003년 법인명을 혼다코리아로 변경한 뒤 이듬해부터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혼다는 2008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지만 이후 경쟁 브랜드에 비해 신차와 차종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 사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고 모터사이클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혼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스바루는 ‘박서 엔진(Boxer Engine)’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앞세웠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제한적인 차종 구성 등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결국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진출 3년 만인 2012년 국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ADVERTISEMENT


    미쓰비시 역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8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2011년 사업을 한 차례 접었다. 이후 국내 수입업체 CXC모터스를 통해 ‘랜서’와 ‘RVR’ 등 일부 모델을 판매했지만 20개월 만인 2013년 다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닛산과 인피니티도 2020년 잇따라 국내 판매를 중단했다. 닛산은 ‘알티마’와 ‘캐시카이’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끈 모델을 보유했지만 글로벌 경영난과 국내 판매 감소가 겹치면서 결국 시장에서 발을 빼게 됐다. 닛산의 철수 발표에 이어 인피니티도 재고 처리 뒤 판매를 종료했다.

    ADVERTISEMENT


    ◆느린 기술 변화가 판매 발목 잡아

    ‘한국에서 통하는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있다. 테스트베드로 꼽히는 한국 완성차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 한국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고를 때 이동수단에서 나아가 첨단 인포테인먼트, 넓은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운 마감 등을 꼼꼼히 따진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와 신기술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배경이다.



    ADVERTISEMENT


    반면 일본 브랜드는 변화하는 국내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다. 국내 전기차 비중이 처음으로 13%를 넘고 수입 전기차 판매도 78% 이상 늘어나는 동안 도요타·렉서스·혼다는 순수 전기차(BEV)를 단 한 종도 내놓지 않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78.2%로 국산 전기차의 증가율(34.2%)을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HEV) 관련 기술에는 강점을 갖췄지만 이후 전동화 단계인 순수 전기차 개발에는 인색했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전동화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낮은 디지털 경쟁력도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이 디스플레이를 키우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하는 반면 일본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혼다는 대표 SUV인 준중형 ‘CR-V’의 6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그러나 센터 디스플레이는 9인치에 그치며,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지 않아 USB 케이블로 스마트폰을 연결해야 한다.

    2019년 한·일 갈등 이후 확산된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도 일본 브랜드는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으로 혼다의 국내 판매량은 2019년 8760대에서 2020년 3056대로 급감했으며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도 1%대로 떨어졌다.

    혼다가 국내 자동차 사업을 종료한 이후 그 빈자리를 새로운 일본 차 브랜드가 채울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쓰다 역시 대형차와 프리미엄 모델을 선호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특성 등을 이유로 한국 시장 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차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수요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혼다의 철수에 대해 “팔 만한 차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를 읽고 한발 앞선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