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12년간의 침묵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험 통행과 세관·연결도로 정비가 잇따르면서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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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멈춰 있던 국경 인프라가 다시 움직이는 것은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던 북한을 중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끌어당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북·중 교역 확대와 함께 미국의 대북 대화 재개 움직임까지 맞물리면 압록강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외교·경제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北·中 교역 확대 신호탄
5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등을 종합해보면 최근 짐칸을 덮개로 가린 대형 화물차가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작업 차량과 소형 트럭도 잇따라 다리를 오갔다. 북한 쪽에는 세관으로 추정되는 건물과 연결도로가 모습을 갖췄다.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달 말 북한 측 세관 구역에서 화물 컨테이너와 약 16대의 트럭을 확인하고 중국 측에서도 차량 움직임을 포착했다. 38노스는 양측 시설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돼 신압록강대교가 전면 개통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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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에선 북·중 수교 77주년인 6일이 개통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5일 현재 중국과 북한 정부가 공식 개통일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단둥시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신압록강대교 통상구 개통을 핵심 대외개방 과제로 명시한 상태다.
신압록강대교는 길이 3.026㎞에 총사업비 22억2000만위안(약 4450억원)이 투입된 대형 국경 인프라다. 2014년 중국 측 공사가 끝났지만 북한이 연결도로와 통관시설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다리 끝이 사실상 허허벌판에서 끊겼다. 당시 냉각된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구조물로 불렸다.
외교가에선 12년이 지난 지금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가능성이 높아진 건 양국 관계가 정치적 화해에서 실물경제 연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가까워진 北 붙잡는 中
실제 북·중 경제 교류는 이미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 3월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베이징~평양과 단둥~평양 여객열차 운행이 재개됐다. 신압록강대교가 정상 가동되면 낡은 중조우의교에 집중됐던 도로 물류를 분산하고 단둥~신의주 교역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ADVERTISEMENT
정치 관계도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7년 만에 평양을 국빈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치·경제·문화와 전략적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 달 뒤에는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평양을 찾아 정상 간 합의 이행과 경제·과학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중국과 관계 발전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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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이같은 셈법에는 러시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급격히 확대했고 지난달에는 북·러 간 첫 도로교량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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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교역 확대와 국경 인프라 건설을 통해 러시아 쪽으로 기울었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압록강대교는 이 경쟁에서 중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경제적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편 압록강의 최근 변화는 미국의 대북 외교와도 맞물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김 위원장과 직접 소통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선전 APEC이 잠재적 계기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와 하노이,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났다.

외교가에선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 의향은 미·중 정상 간 합의에서 확인됐지만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나 북·미 회담 일정도 발표되지 않았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APEC 공식 일정이 아닌 별도 정상외교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 외교가 한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연결되는 경제 통로가 넓어지고 러시아라는 또 다른 후원축까지 확보해 과거보다 대미 협상에서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