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세를 지속해서 올린 호주에서 불법 담배 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담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가격 차이를 노린 불법 담배 수요가 늘어나서다. 담배 가격을 올린 결과 흡연율은 낮아졌지만, 불법 담배 소비가 늘어 전체 니코틴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의 합법 담배 가격은 2016년 말 이후 10년 동안 약 3배 상승했다. 현재 담배 한 갑 가격은 약 60호주달러로 한화로 약 5만6644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대로 이 중 70% 이상이 세금이다.
ADVERTISEMENT
담뱃값이 크게 오르면서 합법 담배와 불법 담배의 가격 차이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불법 담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호주 담배 규제당국은 지난해 불법 담배가 호주 전체 담배 시장의 약 55%를 차지한 것으로 봤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에 소비된 금액은 연간 약 85억호주달러(한화 약 8조246억원)에 달했다.
불법 담배 시장이 커지자 호주 상원도 대응에 나섰다. 상원은 지난달 불법 담배 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추가적인 담뱃세 인상을 즉시 중단했다. 동시에 세율을 크게 낮출 것도 권고했다. 야당인 자유당과 원네이션도 합법 담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세금 인하를 요구하는 중이다.
ADVERTISEMENT

하지만 호주 정부는 기존 담뱃세 정책을 유지 중이다. 담배 가격을 높이는 정책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어서다. 실제로 호주의 14세 이상 흡연율은 정책 시행 이후 줄어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2023년 8.3%였던 흡연율은 2025년 5.6%까지 하락했다.
다만. 전체 니코틴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호주 통계청이 하수 분석을 통해 추정한 니코틴 소비량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약 40% 늘었다. 불법 담배 소비 증가가 전체 니코틴 소비량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뱃세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호주의 담뱃세 수입은 2020년 160억호주달러(한화 약 15조1052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5년에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호주 재무부는 담뱃세 수입이 2030년에는 약 20억호주달러(한화 약 1조8881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ADVERTISEMENT
2024년 이후 호주 정부는 불법 담배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담배 판매가 온라인을 비롯해 임시 판매점과 이발소 등 기존 유통망 밖으로까지 퍼져 단속만으로 시장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FT는 보도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