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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팬덤이?"…좀비 대신 '인외' 내세웠더니 '우르르' [덕질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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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팬덤이?"…좀비 대신 '인외' 내세웠더니 '우르르' [덕질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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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릭터 보려고 저번 달부터 6~7번 정도 왔어요. 딸이랑도 자주 와요."

    지난 1일 오후 8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40대 남성 김기훈 씨는 퍼레이드 메인 공연을 볼 수 있는 명당 1열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기다리는 건 사람이 아닌 '가로등'이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가로등 신사 '베스퍼'를 응원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직접 가로등 헤드 조명을 사서 공연장에 가져오기도 했다. 그는 "쿠팡에서 살 수 있다"며 "재료비 6만원이면 만든다. 캐릭터 성격이 신선하면서도 친근해서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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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가로등 신사 캐릭터에 빠진 건 김씨 뿐만이 아니다. 롯데월드 가을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베스퍼를 보기 위해 n차 관람을 하러 오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캐릭터를 볼 수 있는 명당도 공유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팬들의 2차 창작물까지 잇따라 올라온다. 좀비와 유령이 주인공이던 가을 테마파크에 '인외(인간 이외의 존재)'라는 낯선 취향이 팬덤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외 보러 오는 팬들…창작물 플랫폼서도 검색량↑

    인외 캐릭터는 테마파크를 잘 오지 않던 방문객도 끌어들였다. 서예지 씨(28)는 5~6년 만에 테마파크를 찾았다. 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베스퍼'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서씨는 "SNS에 베스퍼 캐릭터를 덕질하는 사람들 콘텐츠가 자주 올라오는데 넘 궁금했다"며 "인외 장르는 베스퍼 때문에 처음 알게 됐다. 예전이라면 부끄럽게 어른이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냐 했을 텐데 이제는 좋아하는 캐릭터도 장르 구분 없이 공유되고 확산하는 게 오히려 발전하는 거 같아 이 현상이 재밌다"고 했다.

    실제로 롯데월드 입장객도 늘었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베스퍼가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퍼레이드 공연 시작(12일) 이후 입장객은 일주일 전보다 29.2% 증가했다. 퍼레이드 공연이 시작되자 베스퍼를 응원하는 걸 나타내기 위해 앵두 조명을 가져온 팬부터, 아이돌 그룹 팬처럼 무대 위 베스퍼만 촬영하는 '직캠'까지 등장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팬들은 베스퍼를 따라갔다.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팬덤에서 볼 법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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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퍼의 인기는 단순히 롯데월드가 만든 캐릭터 인기를 넘어선다. 서브컬처 시장에서는 이미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머리나 이목구비 등이 동물·사물·기계 등으로 표현된 인외를 좋아하는 팬층이 형성돼 있다. 팬들이 직접 굿즈를 만들고 거래하는 창작물 거래 플랫폼에서도 베스퍼가 언급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수요가 늘었다. 커미션 창작물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크레페에서 '인외' 키워드 검색량은 9월 기준 전월 대비 26.34% 증가했다.
    "돈 많은 게 아니라 배고파"…지갑 열 준비된 팬덤


    인외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취향을 충족할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구독자 60만명을 보유한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 '진돌'이 베스퍼와 관련한 인외 캐릭터 영상을 올리자 댓글에는 "이 사람들 그냥 돈 많은 사람들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들입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섰고, 생방송에서는 인외 콘텐츠를 향한 후원도 30분 동안 이어졌다.

    롯데월드 관계자 역시 베스퍼를 보기 위해 방문한 팬들의 반응에서 기존 캐릭터 팬덤과 다른 소비 욕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40대 여성분이셨는데 추석 내내 베스퍼를 보기 위해 오셨다면서 도대체 왜 굿즈를 안 내냐고 물어보시더라"며 "베스퍼 관련 프로모션을 설명해드리자 이미 그건 받았다면서 더욱 많이 내달라고 원하시더라"고 말했다.


    베스퍼를 계기로 드러난 인외 팬들의 소비 욕구는 기업과 지자체의 콘텐츠에서도 포착된다. LS증권과 순천시, 전북119안전체험관 등 공식 계정에서는 베스퍼를 패러디한 인외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했다. 네이버지도 역시 네이버 아이콘을 활용한 인외 캐릭터 스토리를 선보였다. 특정 서브컬처에서 소비되던 '인외'라는 취향이 이제는 기업과 지자체가 대중에게 말을 거는 콘텐츠 문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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