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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잠잠해졌다. 지난 5월 29일 80조3325억원으로 올해 중 유가증권시장 일거래대금이 가장 컸을 때,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14조635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3일 기준으로는 3조131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더 드라마틱하다. 지난 5월 29일 7조8149억원에 달했던 거래대금은 지난달 23일에는 5442억 원으로 93% 줄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의 주범으로 몰린 결과다. 당국이 부랴부랴 현금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올리고, 사전교육을 3시간으로 늘리고 관련 광고를 금지한 긴급처방이 효과를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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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1일 이른바 ‘도이치 옵션쇼크’ 이후 ELW 스캘퍼 특혜 논란과 당국의 ELW건전화 방안이 나왔다. 특히 2011년 5월 기본예탁금 제도가 시행되자,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이 초토화되고 장내 파생상품 시장도 크게 위축된 경험이 있다. 크지 않은 기본예탁금만으로도 ELW 거래가 급감했다는 것은, 당시 개인들이 얼마나 소액으로 단타 매매를 했는지 보여준다. 지금의 레버리지 ETF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절친보다 자주 본다는 자조가 나올 만큼 잦았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도 조용해졌다. 한국 증시의 이상과열은 한 텀 쉬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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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최상위권 수익률, 그러나 개인의 계좌는 파랗다

올해 3분기(9월 23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16.5% 하락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그래도 연초 대비 수익률은 68%로, 대만(66%)을 근소하게 앞서며 여전히 가장 높다.
문제는 지수가 아니라 개인의 계좌다. 코스피는 6월 22일 종가 기준 9114.55포인트를 기록한 후 7월 말까지 미끄러지듯 하락했다. 2분기 랠리에 뒤늦게 올라탄 개인 투자자라면 상당수가 지금 평가손실 구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3분기에만 각각 14.2%, 29.7% 빠졌다. 지난 한 달, 어디를 가도 주식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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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 및 수익률>

심리가 흔들리기 쉬운 순간은 ‘본전’ 근처다
손실 중인 계좌를 자꾸 들여다보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다. 그런데 투자자의 심리가 더 크게 흔들리는 순간은 오히려 주가가 원금 수준 근처로 돌아올 때다. ‘본전만 되면 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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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에서는 이익이 난 주식은 너무 일찍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경향을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손실 종목이 가까스로 원금을 회복하면 ‘본전만 찾으면 팔겠다’던 투자자는 안도감에 매도 버튼을 누르기 쉽다. 손실의 고통은 끝까지 견뎌 놓고, 정작 원금을 회복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판단을 끝내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얼마에 주식을 샀는지는 그 기업의 미래 가치와 아무 관계가 없다. 이번 3분기 조정을 겪은 개인 투자자들이 앞으로 경계해야 할 심리가 바로 이것이다.
삼전닉스 빼도 코스피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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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하 삼전닉스) 두 종목이 이끌었다. 삼전닉스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54% 증가했지만, 코스피 구성종목들 중 두 종목을 뺀 나머지의 시가총액은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strong style="color:inherit">삼전닉스 vs 코스피(삼전닉스 제외) 시가총액 추이 (2025.12.31=100)>

<<strong style="color:inherit">주요국 증시 밸류에이션 비교 (Forward PER / PBR)>

많은 투자자들의 머릿속에는 9천 포인트가 기준점처럼 박혀 있다. 처음 접한 숫자에 판단이 끌려가는 것을 행동재무학에서는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른다. 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는지로 싸고 비쌈을 가늠하면, 막연한 저가 매수나 막연한 비관 둘 중 하나로 흐르기 쉽다. 가격이 싼지는 고점이 아니라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견주어 따져봐야 한다.
9월 23일 기준 코스피의 트레일링 PER(Trailing PER·과거 12개월 동안의 주당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된 P/E 비율)은 13배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말 예상 실적을 반영한 선행(Forward) PER은 6.96배로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를 인공지능(AI) 반도체 특수가 만든 착시라고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과 예상 순이익에서 삼전닉스의 시가총액과 예상 순이익을 각각 제외해 추정해 본 바에 따르면, 나머지 종목의 올해 말 기준 선행 PER은 약 9.7배다. PER,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지표만으로 기업의 주가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지만, 적어도 두 종목을 빼더라도 코스피의 단순 밸류에이션은 주요국 증시보다 낮다.
당분간은 지루할 수 있다
싸다는 걸 알아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6월 중순 이후의 급락을 겪었으니 몸을 사리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시장의 방향을 단번에 바꿀 재료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를 포함한 물가의 향방, 미·중 무역 분쟁, AI 수요의 지속 여부, 중국 반도체의 추격 속도 등 확인해야 할 변수도 많다. 이런 장세는 투자자를 지치게 한다. 특히 계좌에 마이너스가 찍혀 있는 투자자는 주가가 본전 근처로 돌아왔을 때 쉽게 손을 털고 싶어진다.
계좌를 들여다보지 말자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와 증시의 관계를 주인과 산책하는 개에 빗댔다. 개는 주인보다 앞서 달리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지만, 주인 곁을 멀리 떠나지는 못한다. 이 비유를 개별 기업에 적용하면 주가는 펀더멘털보다 앞서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가치에서 아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가 주주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거버넌스와 시장 제도가 뒷받침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주식시장에 새로 들어온 개인 투자자 중에는 이쯤에서 주식을 도박이나 제로섬 게임처럼 여기게 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잃은 만큼 누군가 벌고, 결국 수수료를 챙기는 증권사만 남는다는 생각이다.
파생상품은 동일한 계약에서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이 되는 구조이므, 제로섬 게임이 맞다. 하지만 주식은 기업이 존속하는 한 만기가 없고 기업이 성장해 낸 가치에 주주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이를 반영할 가능성도 커진다.
지금 계좌가 파랗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빌린 돈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한 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주가가 원금 근처로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떠나는 일이다. 잘 쉰다는 것은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머문 채 너무 자주 계좌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코스톨라니에게는 주식을 샀다면 수면제를 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는 조언도 있다. 지금은 잠깐 그렇게 쉬어도 괜찮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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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