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9월 29일 오후 2시49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K방산 수출을 이끄는 5대 주요 무기의 누적 수출액이 65조원을 넘어섰다. 남북 분단 이후 무기 국산화를 위해 1970년대 태동한 방위산업(1.0 시대)이 2020년대 들어 주요 수출 주도산업(2.0 시대)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올 들어 국내 방산업체들은 폭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여 곳의 공장에서 동시다발적인 증설 전쟁에 들어갔다. K방산이 국산화와 수출 단계를 넘어 글로벌 방산 생태계의 허브로 도약하는 ‘3.0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요가 폭증한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Ⅱ 요격미사일, FA-50 경공격기 등 5대 무기의 누적 수출 계약액이 6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으로 핀란드(4월), 미국·스페인(8월) 등에서 대규모 계약을 따낸 게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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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출 증가와 기업 투자, 정부 지원 정책이 맞물리며 방산업체들은 공격적인 증설 작업에 나섰다. 과거 가전 중심이던 구미국가산업단지는 K방산의 전장(전자장치) 핵심 제조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앞으로 3년이 4대 방산 강국에 진입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대 기업 투자 2년새 85% 급증…신공장·R&D시설 동시다발 확충
창원서 지상무기, 사천서 전투기…소부장 협력사·연구기관도 집결
K방위산업이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75년이다. 풍산이 필리핀에 M1 소총 탄약을 팔았다. 미국 기술 지원으로 겨우 이뤄낸 수출이었다. 1990년대 들어 K방산은 자체 기술력을 키워가며 전차, 자주포, 함정 등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뻗어가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방산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기 국산화의 1.0 시대를 넘어 방산 수출의 2.0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K방산은 50년 만에 세 번째 변신을 준비 중이다. 자유 진영 국가의 핵심 방산 생태계 허브로 도약한다는 목표다.창원서 지상무기, 사천서 전투기…소부장 협력사·연구기관도 집결
◇5대 무기 누적 수출액 65조원 넘어
한국 방산의 출발점은 수출이 아니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외국산 무기를 국산화하고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반세기 동안 축적한 제조 기술과 생산 인프라는 2020년대 들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각국이 무기 확보에 나서자 한국은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빠른 납기를 앞세워 유럽, 중동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우리 군이 쓸 무기’를 만들던 산업이 ‘세계에 팔 무기’를 제조하는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이렇게 전 세계로 뻗어간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Ⅱ 요격미사일, FA-50 경공격기 등 K방산 5대 무기의 누적 수출 계약액은 이달 기준 6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계약과 기본계약까지 합치면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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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풍산 등 ‘방산 빅6’의 국내 시설 투자 규모는 2024년 4조386억원에서 올해 7조4926억원으로 2년 만에 8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기존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 시험설비를 동시에 확충하고 있다. 한국군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생산하던 내수 중심 체제에서 세계 각국의 주문을 동시에 소화하는 수출형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에 포진된 방산 거점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방산지도’도 선명해지고 있다. 방산 빅6의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신규·증설 생산시설은 전국을 통틀어 20곳에 달했다. 반도체가 경기 남부, 석유화학이 울산, 전남광주 여수, 대산, 조선이 울산, 경남 거제 등 특정 산업벨트에 집중된 것과 달리 방산은 수도권부터 대전, 경북 구미, 경남 창원·사천, 울산, 전북 전주, 전남광주, 제주까지 생산·연구시설이 전국에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구미가 레이더와 방산 전장, 유도무기 등을 담당한다면 전통적인 중공업 도시인 창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을 중심으로 전차·자주포·엔진 등 지상무기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은 고급 인력을 기반으로 R&D와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울산과 거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양대 축으로 해양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천은 우주항공청과 KAI를 중심으로 항공우주산업을 키우고 있다. 전주와 새만금에서는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 방산소재 산업의 뼈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방산 공장 신·증설은 해당 기업만의 투자로 끝나지 않는다. 전차 한 대, 전투기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금속가공과 전자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협력업체가 필요하다. 대형 방산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가 협력업체의 설비 투자와 지역의 전문인력 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이 연결된 지역별 방산 클러스터가 형성되면서 세계 방산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전남광주=신정은/구미=안시욱 기자/강해령/송준영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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