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성장’에서 ‘비용’의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 현금뿐 아니라 채권 발행과 차입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은 AI 투자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지난 9월 15일 만난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금융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로 ‘비용 인식’을 꼽았다. 그는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뒤 나타난 조정을 장기 약세장의 시작으로 보지는 않았다. 다만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탄력이 둔화하고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도 이어지는 만큼, 국내 증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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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등을 위해서는 금리 안정과 반도체 이익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장기 금리가 4.5% 아래로 내려가고, 빅테크 이외의 기업에서도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면 2027년 중반 이후 외국인 자금도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이후의 유망 영역으로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전력·원전 인프라, 보안을 제시했다. 고금리를 버틸 수 있는 금융·보험주와 현금 창출력이 높은 중소형 가치주도 주목할 대상으로 꼽았다. 신 센터장은 “AI가 만드는 경제 생태계의 확장은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1년은 지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이익과 주주 환원 지속성을 확인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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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금융 시장의 흐름을 바꾼 핵심 변수는 무엇입니까.
“‘비용 인식’입니다. 비용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성장률이 자본비용을 충분히 웃돌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상반기까지 하이퍼스케일러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보유 현금으로 설비투자(CAPEX)를 감당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더라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2분기를 지나면서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이 늘자 시장은 기업들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현금 중심의 투자에서 부채 기반 투자로 전환되는 시점에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투자 수익이 자본비용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질문이 생긴 것입니다. 2023~2024년에는 매그니피센트 7(M7)의 현금흐름이 워낙 강해 금리가 올라도 오히려 안전자산처럼 평가받았습니다. 지금은 현금흐름이 둔화하는 가운데 성장을 유지하려면 투자를 계속해야 합니다. 시장이 높은 금리를 본격적인 비용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향후 통화 정책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Fed가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근원물가가 충분히 잡히지 않았고 유가와 재정지출 부담도 남아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긴축 사이클의 재개라기보다 금리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스스로 상승하는 흐름을 끊기 위한 조치에 가깝습니다. 일본은행과 한국은행, 유럽중앙은행(ECB)이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Fed만 움직이지 않으면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 차례 인상을 통해 언제든 물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증시의 최대 낙폭이 아직 크지 않고 실시간 성장률 지표도 견조하기 때문에 한 차례 인상으로 경기가 즉시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을까요.
“국내 기준금리는 연 3.25% 정도까지 열어 두고 있습니다. Fed가 실제로 금리를 올린다면 한국은행도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통화 정책은 시장 예상보다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연속 인상 여부와 별개로 Fed의 스탠스와 국내 물가가 추가 인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톱다운 관점에서는 결국 미국 장기 금리를 계속 봐야 합니다. 장기 금리가 4.5~5%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미국과 한국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습니다.”
코스피 조정을 단기 과열 해소로 봐야 할까요, 중장기 하락 추세의 시작으로 봐야 할까요.
“장기 하락 추세가 시작됐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국내 증시가 경기민감 시장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6월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등락은 경기선행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습니다.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가 단기간에 풀리지 않는다면 통상 1년가량 경기 하강 사이클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증시는 잘해야 박스권입니다. 지속적인 긴축과 시장금리 상승이 겹쳤던 2021~2023년처럼 장기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2018~2019년처럼 초기에 낙폭을 키운 뒤 박스권을 형성하는 흐름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기 과열은 해소됐고, 중기적으로는 다음 상승을 준비하는 박스권에 들어갔다고 봅니다. 2027~2028년에는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수 있지만 2025~2026년과 같은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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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위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매수만으로 단기간에 시장이 다시 올라가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동학개미운동이나 2006~2007년에도 개인 자금이 한꺼번에 유입된 뒤 다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관도 상반기에 포트폴리오 조정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외국인이 들어와야 합니다. 과거에는 원화 약세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를 유도했지만 지금은 환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인은 한국 시장 전체를 사는 베타 플레이보다 전력기기, 조선·방위산업·원자력발전 반도체처럼 이익 모멘텀이 강한 업종을 선별하는 알파 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가 내년 1~2분기까지 안정되고 반도체 이익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2027년 중반 이후가 본격적인 외국인 유입 시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는 우려는 어떻게 보십니까.
“AI가 만드는 경제 생태계의 확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공급 기업에서만 성장이 확인됐습니다. 도로와 건물을 지어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인프라는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센터와 메모리를 구축한 뒤 이를 활용하는 기업에서 생산성 향상과 매출·이익 증가가 나타나야 합니다. 에어비앤비나 익스피디아처럼 AI 도입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비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에서 이런 성과가 확인돼야 ‘AI 인프라가 실제 돈을 번다’는 믿음이 생기고, 메모리 수요에 대한 기대도 다시 강해질 수 있습니다.”
AI 규제 논의가 확산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선도 기업들이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후발 업체를 따돌리려면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하는데, 투자가 커질수록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집니다. 선도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한 진입장벽을 만들어 경쟁 속도를 늦추고 싶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제 논의는 AI의 펀더멘털이 무너졌다는 의미라기보다 성장 속도와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다만 규제로 투자 속도가 늦어지면 시장은 성장률 둔화로 받아들일 수 있어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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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밸류체인에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분야와 새롭게 주목할 분야는 어디입니까.
“상대적으로 기대가 많이 반영된 곳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그렇다고 과거 2차전지처럼 장기 하락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뜻은 아닙니다. 빅테크의 현금을 엔비디아가 흡수했고, 이후 투자 자금이 메모리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기업군이 됐습니다. 시장도 낮은 밸류에이션과 막대한 현금흐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메모리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받아 가는 산업을 봐야 합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가 대표적입니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요한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 건설·원전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AI와 반도체 설비가 늘수록 핵심 제조업과 에너지 시설의 보안 취약성도 커지는 만큼 보안 역시 중요한 투자 영역입니다. 박스권을 벗어난 뒤 돌아보면 이들 업종이 다음 주도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6개월에서 1년 동안 방어력과 성장성을 함께 기대할 업종은 무엇입니까.
“금리의 허들을 버틸 수 있는 업종이어야 합니다. 우선 금융과 보험입니다. 은행은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보험은 하반기 이후 손해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 변화와 함께 주주 환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도 낮아 방어적인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현금의 가치가 높아진 환경에서는 현금을 보유하거나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중소형 퀄리티 기업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동안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되면서 우량 중소형주의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졌습니다. 박스권에서는 업종 전체보다 재무제표와 잉여현금흐름(FCF)이 좋은 개별 기업이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역할과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이런 종목 장세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까요.
“분명한 전환의 시작입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만으로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즉시 정상화되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율은 지난해에서 올해로 넘어올 때 매우 높았지만, 내년에는 20~30% 수준으로 둔화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2028년 이후 공급 증가와 중국의 공세, 미국의 규제, 높은 자본비용 속에서도 이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 할 것입니다. 첫 번째 조건은 과거 사이클보다 마진 하락 폭이 작다는 것을 실제 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렇게 벌어들인 현금을 설비투자와 주주 환원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지입니다. 애플도 주주 환원을 시작한 직후가 아니라 3~4년간 지속성을 입증한 뒤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습니다. 국내 기업도 최소 1~2년 이상 현금 창출력과 주주 환원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빠르면 2028~2029년에는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한국 증시에서 90~100달러 이상의 유가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작용합니다. 2011~2014년에는 저금리였는데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면서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2021년에도 유가가 급등한 뒤 경기가 둔화했습니다. 고유가는 기업 원가를 높일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 회복을 제약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고유가·고물가·고금리가 수요를 위축시키면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리와 유가를 함께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공급망이 바뀌고 에너지 조달 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진 만큼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초중반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화와 조달처 다변화가 중요해져 전력·원전 인프라에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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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경기 부진은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위협입니까.
“중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진다기보다 뚜렷하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디레버리징 압력이 커 수요 측면의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재에는 중국 뉴스가 영향을 주지만 한국의 성장률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입니다. 더 주의할 부분은 지정학과 지경학입니다. 중국 경기가 부진할수록 대외 갈등을 부각할 가능성이 있고, 2027년을 전후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동맹국에 방위비와 현지 투자를 더 요구하고 중국 배제 압력을 강화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설비투자를 늘려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금 유출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반면 방위산업은 이런 흐름에서 중장기적으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금 10억 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겠습니까.
“고금리·고유가·고변동성은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크고 현금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배당성장주처럼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이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부채에 대비해 금이나 가상자산 같은 대체자산도 위험 선호도에 따라 20~30% 보유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부채 부담을 혁신으로 넘어설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나스닥 같은 혁신 기업 중심의 지수도 필요합니다. 큰 틀에서는 성장지수, 금·가상자산, 배당성장주를 각각 20~30% 안팎으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패배감에 빠진 개인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요.
“국내 증시가 경기 사이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박스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이 좋아 보일 때 뒤늦게 따라가고, 비관론이 커질 때 주식을 버리는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으로 손실을 입었다면 잦은 매매보다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고 분기마다 주주 환원을 이어가는지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익과 주주 환원이 유지되면 현재의 저평가가 해소될 가능성을 믿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주 환원 의지가 약해지고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그때 비중을 조절해야 합니다.”
하반기 이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시장의 변곡점은 무엇입니까.
“톱다운에서는 미국 장기 금리입니다. 금리가 4.5~5%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주식 시장의 상방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4.5%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다시 주식 시장을 볼 수 있습니다. 보텀업에서는 빅테크가 아닌 일반 기업의 AI 투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3분기와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에어비앤비나 익스피디아 같은 기업이 AI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이나 이익률을 높였다는 사례가 늘어나는지 봐야 합니다. 기업의 AI 전환(AX)이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면 인프라 투자가 확산 단계로 넘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금리 안정과 AI 활용 기업의 실적 개선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시장이 다시 강세장 초입으로 진입했다는 신호가 될 것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강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