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정부도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른 ‘원청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 첫 판단이 나왔다. 정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마련한 해석 지침과 상충하는 판단이어서 향후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 사업장의 노사 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지침과 반대되는 판단
1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중노위는 전날 공공연대노조가 인천시 부평구를 상대로 신청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을 취소하고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부평구가 민간에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원청으로서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중노위는 “노조가 요구한 여러 교섭 의제 가운데 ‘작업 방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부평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공공연대노조는 작업 방식이라는 의제에 대해 부평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부평구가 교섭 요구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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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정부가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제시한 해석 지침과 대비된다. 정부는 지침에서 공공부문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법률·예산으로 정해지고 정부·공공기관은 이를 ‘집행’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까지 광범위하게 사용자성이 확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교섭 혼란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해당 지침에 따라 중노위는 지금까지 충북 보은군, 경기 화성시, 울산시 등 지자체의 사용자성을 기각해 왔다. 울산시와 화성시 등은 심판정에서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개별 사안으로 판단해야”
판정문은 결정일로부터 30일 정도 지난 뒤 공개될 예정이어서 중노위가 어떤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비슷한 판정은 지노위 단계에서 나온 바 있다.ADVERTISEMENT
강원지노위는 지난 6월 춘천시로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탁받은 민간업체의 근로자(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들이 춘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에서 시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당시 지노위는 시의 법령·조례상 주간 근무가 원칙인데도 하청업체에 대한 과업 이행 요청서에 야간 근무를 명시한 점을 들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 있다고 봤다. 부평구 사건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이라는 동일한 업무라는 점에서 중노위가 작업 방식에 지자체가 관여했는지를 핵심 판단 요소로 뒀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정은 다른 지자체 민간위탁 사업장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청소·폐기물 수거뿐 아니라 시설관리, 돌봄 등 지자체가 민간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사업에서 노조가 지자체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이라고 해도 예산 등에서 재량권을 갖고 외부 기관 등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는 경우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 지침 예외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중노위 판정으로 공공부문의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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