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KB증권
단순 자금조달하는
전통적 비즈니스 넘어
직접 투자해 성장 추구
[ 오형주 기자 ] 투자은행(IB)의 새로운 모델로 ‘투자형 IB’가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자금조달 및 주선에 머무르는 전통적 비즈니스를 넘어서 직접 자본을 투자하고 투자기업과 함께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장됐다. KB증권은 IB 조직 재정비와 발행어음 사업인가 등을 통해 투자형 IB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조직 통합
KB증권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KB증권은 유망기업 발굴 및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IB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실탄’을 마련하게 됐다.
투자형 IB를 위한 조직 개편은 연초 시작됐다. 우선 대기업을 담당하는 기업금융부와 중소·중견기업을 담당하는 SME금융1·2부 조직을 통합해 투자처 발굴(딜소싱) 기반을 확대했다.
투자형 IB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주식자본시장(ECM)본부와 성장투자본부에는 비상장기업 투자업무 관련 인력과 자본을 확충했다. 그 결과 아스트(932억원 규모)와 나이벡(206억원) 유상증자를 비롯해 다수의 기업공개(IPO), 지배구조 자문 등 딜을 발굴해낼 수 있었다.
IB부문은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B1총괄본부와 프로젝트금융을 총괄하는 IB2총괄본부로 개편했다. 본부별로 커버리지 릴레이션 매니저(RM)조직과 인수합병(M&A), ECM 등 조직을 통합 편제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재무적 수요를 적시에 파악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조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IB 영업 인프라 개선
영업 인프라 개선도 눈에 띈다. KB증권은 2017년부터 IB 영업지원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부문별로 실시간으로 딜 진행 현황 및 기업정보를 교환하고 영업 관련 정보를 축적해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삼자는 취지에서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영업 현안이 곧바로 경영진에 공유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고객에 대한 대응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영업 측면에선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춘 계열사 국민은행의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은행과 공동영업 체계를 발전시키는 한편 자체 영업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외부 조직과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 주선 등 가시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와 영업력 제고를 위한 성과보상체계 개선에도 나섰다. 부문별·사업별 특성을 감안해 차별적 성과보상 체계를 마련했다. 내부 영업지원 시스템을 활용해 딜별 직원 기여도를 관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체계적인 성과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성장투자 펀드 운용사 입지 다져
KB증권은 모험자본 공급기능 강화라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지난해 성장투자본부를 신설했다. 초기 기업의 성장 발판 마련부터 중견·대기업으로의 성장 및 이후 기업 구조조정 단계까지 기업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본부에는 프라이빗에쿼티(PE)부와 신기술금융부를 소속시켜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회계법인 등에서 우수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한편 인센티브제 도입과 함께 운용 독립성 강화도 추진했다.
그 결과 펀드 운용 규모가 크게 확대됐고, 펀드 라인업이 다변화되는 등 질적 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지난해 국민연금 세컨더리 펀드(결성 규모 2403억원), 올해 성장금융 기업구조혁신펀드(1200억원) 등 주요 정책자금 운용사로 잇따라 선정됐다.
이달에는 KB증권 최초의 해외투자 프로젝트펀드(프레스티지바이오팜, 630억원 규모) 결성을 앞두고 있다. KB증권의 우수한 기업금융 커버리지는 물론 국민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딜 소싱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