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밀어붙이는 ‘지역형 일자리’ 사업이 정치 바람에 휩쓸리며 과잉투자로 치닫고 있다. 기업 경영의 핵심인 투자 결정이 엄정한 경제성 분석이 아닌, 생색내기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지역형 일자리’를 추진 중인 전국 도시 9곳 중 7곳이 전기차 공장 유치를 결정한 데서 잘 드러난다.
1~3호인 광주형·구미형·강원형이 나란히 전기차를 사업아이템으로 선택했고, 울산 군산 포항 경주도 전기차 관련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산업 유치를 고민하기보다 서둘러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치중한 때문일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차량구조가 단순해 상대적으로 공장 설립이 수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빗나간 지역형 일자리정책은 지자체 간 이해충돌과 노노(勞勞)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노동계는 ‘울산형 일자리’ 협약에 대해 “광주에 짓기로 한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를 가로챘다”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상생형 모델’이라는 취지와 달리 노사갈등도 커지는 모습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 현대차, 노동계가 대표이사 선임문제로 충돌하면서 7월 예정이던 합작법인 설립이 불발됐다.
정부에 의한 기업 강제 동원은 후유증만 남길 뿐임은 이미 여러차례 입증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업도시’를 추진했지만 땅값과 집값만 올리고 말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직전 박근혜 정부에서도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지역마다 거점을 만들었지만 별무성과였다. 지역형 일자리 정책은 거대한 공장이 들어서고 노조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다. 유사시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