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복 펀치에 韓 증시 '우수수'…상장사 10곳 중 4곳, 1년 최저가

입력 2019-08-04 18:22
수정 2019-08-05 02:22
하나투어·롯데쇼핑 등 불매 여파


[ 이호기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 등으로 국내 증시 종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52주 신저가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규제를 공식 발표한 7월 초 이후 52주 신저가(일별 종가 기준)를 경신한 종목은 975개로 집계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의 전체 상장 종목(2252개)의 43.3%에 해당한다. 지난 한 달여간 상장 종목 10개 중 4개꼴로 신저가를 기록한 셈이다. 이 비율은 코스피가 45.4%로 코스닥(41.9%)보다 약간 높았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7월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511개(코스피 203개·코스닥 308개)였으며 8월 들어 지난 1~2일 단 이틀 동안 무려 464개 종목이 신저가 명단에 추가됐다. 2일 일본 각료회의에서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증시가 크게 출렁인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에는 하나투어, 티웨이홀딩스, 롯데지주, 롯데쇼핑,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보이콧 관련주가 대거 포함됐다. 또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엔지켐생명과학 등 제약·바이오 관련주도 적지 않다.

8월 신저가 종목 수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폭락장을 연출했던 지난해 10월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시 한 달간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총 783개(코스피 322개·코스닥 461개)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53%, 5.03% 급락한 작년 10월 29일에만 신저가 종목이 523개(코스피 206개·코스닥 317개)나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공포가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다 일본 수출 규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여기서 증시가 추가로 하락하면 8월 신저가 종목 수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