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강행…"증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입력 2019-08-02 14:22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를 강행했다.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증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주문이다.

2일 오후 2시13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44포인트(0.77%) 내린 2001.90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1987.12(1.50%)까지 급락했지만 연기금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장중 2000선을 회복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1100여개에 이르는 품목이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규제는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나, 앞으로 개별 및 건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 또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다. 화학 플라스틱·고무·가죽 기계 업종은 일본 업체와의 경쟁력이 '절대열위'에 있다. 전기전자와 금속은 '열위'에 있고, 섬유의류가 '우위'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광복절과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만료 등 앞으로의 일정도 예측 불허"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부진 지속과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및 기업 실적추정치 하향조정의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해 기계와 화학 업종에 대해서는 더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기방어주와 경쟁력이 일본 대비 우위에 있는 섬유의복 업종은 현 시점에서 매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소식도 맞물렸다"며 "현재 증시의 수준은 이미 최저지만, 대외 환경 악화로 당분간은 바닥을 확인하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화학 업종에서 특히 배터리 제조기업에 부정적인 소식이란 분석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제조기업에게는 일시적으로 원료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전지소재를 감싸주는 파우치 필름의 경우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8년 기준 현대·기아차 및 1~6차 부품업체의 합산 매출원가 중 일본산 부품 매입 규모는 9000억원대로 전체의 0.5% 이하"라며 "즉시 대체가 어려운 부품의 비중은 40% 수준인데, 이들에 대해서는 6~9개월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 재고 소진 이전에 납품업체 대체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