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늙어가는데…예산 '바닥'

입력 2019-07-24 17:18
수정 2019-07-25 02:09
5척 중 1척 20년 이상 고령인데
정부 현대화펀드 재원 내년엔 '0'
영세 선사 신청에도 지원 불가능


[ 성수영 기자 ] 노후 여객선 교체를 지원해주는 정부 사업인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현대화펀드)’가 빈털터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세 선사의 신청이 쏟아지는데도 예산이 없어 2023년 전까지 신규 지원이 아예 불가능해져서다. 앞바다를 오가는 연안여객선 5척 중 1척이 선령(船齡) 20년 이상 된 ‘고령 선박’인 만큼 정부의 추가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해양수산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선사가 소유한 연안여객선 166척 중 선령 20년 이상 선박 수는 36척(21.7%)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선령 25년을 초과한 ‘초고령 선박’도 6척에 달했다. 연안여객업계 관계자는 “영세 선사가 많아 자체 개선이 쉽지 않다”며 “관광객의 불편과 안전 문제에 관한 우려로 승객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현대화펀드를 출범시켰다. 선사가 여객선을 발주할 때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제도다.

예컨대 선사가 펀드 지원으로 카페리를 건조한다고 가정하면 펀드(정부)가 절반, 선사가 10~20%, 금융기관이 30~40%를 출자해 배를 소유할 선박대여회사(SPC)를 설립한다. SPC는 15년간 배를 빌려주고 선사는 대여료를 지급해 투자금을 갚는다. 상환이 끝나면 SPC는 선박 소유권을 선사에 이전한다. 이 과정에서 선사는 막대한 이자를 절감할 수 있고, 정부는 돈을 돌려받을 때까지 선박 지분을 보유해 ‘먹튀’를 방지할 수 있다.

반향은 컸다. 현대화펀드 등 정부 지원책 덕에 2015년 30%를 넘었던 노후 여객선 비율은 사업 시행 첫해인 201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해외에 의존했던 여객선 설계 기술을 국산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지난해 10월 최초로 국산 기술을 활용한 여객 카페리가 전남 완도~제주 항로에 취항한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리(500억~700억원)와 초쾌속선(200억원) 등은 막대한 건조 비용이 들지만 펀드 재원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6척의 사업 신청이 들어왔지만 2척만 선정된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2023년까지 교체가 시급한 선박이 12척에 달하지만 추가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영렬 충남대 첨단수송체연구소 연구위원은 “학계에서도 설계기술 국산화 등 현대화펀드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사업 지원 규모를 늘리고 대상도 친환경화물선 등으로 확대해 조선·해양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