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소득자에게도 '펑펑'…보편적 복지 대수술 시급하다

입력 2019-07-23 18:18
연소득 인정액 5000억원도 주는 '묻지마' 아동수당
무차별 복지로 예산부담 급증, 재정 건전성 위협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 주는 '선별적 복지'로 가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아동수당을 받는 고소득자’ 자료는 읽는 눈을 의심케 한다. 연간 소득 인정액이 5030억원에 달하는 서울 거주자, 2500억원대인 부산 거주자 등이 모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포함해 연간 소득이 100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자 중 7가구가 매달 10만원을 꼬박꼬박 타가고 있다.

정부가 올해 4월부터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는 모두 아동수당을 주기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9월부터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만 7세 이하로 확대된다. 정말로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인 10만원이라는 소중한 돈이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이들에게 쌈짓돈처럼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연금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25만~3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9000명은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이다.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 아래 지원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무차별성 복지 확대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고소득층에까지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나라의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 지원할 돈이 줄어든다. 2017년 8조1000억원이던 기초연금 관련 예산은 지난해 9조1200억원, 올해 1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기초연금 예산은 지급액이 오르지 않아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520만 명 수준인 수급자는 2022년이면 628만 명가량으로 늘고 관련 예산은 1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동수당 예산은 1년 새 세 배나 늘어 올해 2조원을 넘어섰다.

이 밖에도 일자리안정자금, 청년고용장려금, 실업급여, 건강보험 정부 지원금, 노인 일자리 관련 예산 등 복지성 지출 항목이 계속 늘고 관련 예산도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처음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넘어선 복지분야 예산은 올해 162조원, 내년 181조원에 이어 2022년엔 21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수 호황이 끝나가고 있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2년에는 6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계속 더 많은 빚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복지 지출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보편적 복지를 대수술해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영국 프랑스 등도 보편적으로 지급하던 아동수당을 소득에 따른 선별적 지급으로 전환했다. 재정 부담에 비해 출산율 제고 효과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국민도 당장의 표(票)나 돈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